이동관 ‘공영방송·언론자유’ 발언 팩트체크…영·독 공영방송, 한국보다 많거나 비슷
영국 5곳, 독일 4곳, 호주 2곳
언론자유지수 높은 북유럽
이 후보자 ‘민영’ 위주라지만
공영방송 시청 점유율 높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사진)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선진국 어느 나라도 공영방송이 이렇게 많은 나라가 없다”면서 “자유로운 정보 소통을 위해서는 공영방송은 최소화하고, 경쟁체제 속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게 올바르다”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서는 공영방송 ‘축소’와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경향신문은 이 후보자의 주장대로 선진국에는 한국처럼 공영방송이 많지 않은지, 또 ‘언론 자유’를 위해서는 공영방송이 축소돼야 하는지 따져봤다. 이 후보자는 ‘선진국’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다만 G7 회원국인 독일·영국 등 국가의 ‘공영방송’ 수는 한국보다 더 많거나 비슷하다.
영국 방송·통신 규제 기관인 오프콤(Ofcom) 홈페이지는 공영방송은 영국의 “유구하고 자랑스러운 전통”이라며 채널3, 채널4, 채널5, S4C, BBC 등 5개사를 소개한다. 이 중 BBC는 한국의 KBS처럼 수신료로 운영한다. 나머지 채널은 한국의 MBC와 유사하다. 상업성이 있지만, 공적 책임도 부여한다.
오프콤이 2021년 낸 ‘작은 화면: 큰 토론’ 보고서는 “코로나19는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특히 강화했다”고 말한다. 지역 뉴스, 소수 언어 방송 등 상업성이 낮은 콘텐츠는 공영방송사 없이는 널리 제작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한다.
독일은 9개 지방 공영방송사의 연합체인 ARD, 주정부 간 합의에 따라 설립된 ZDF라는 두 개의 큰 공영방송사가 있다. 국제 공영방송사인 도이치벨레(DW)와 도이칠란트 라디오도 있다. 프랑스는 F2, F3, F4, F5의 다수 공영방송사를 단일 지주회사로 통합한 프랑스TV가 있다. 독일과 공동 운영하는 공영방송 유럽 문화·교양 채널 아르테(ARTE)도 있다.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인 호주에도 ABC(호주방송협회), SBS 등 공영방송 2개사가 전국 방송을 하고 있다. 다만 이 후보자가 말한 ‘한국의 공영방송’이 어느 곳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한국의 방송법은 ‘공영방송’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 방송토론’ 관련 규정에 ‘공영방송사’라는 문구가 있는데, 여기에는 한국방송공사(KBS)와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MBC)가 언급돼 있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까지 포함한 3곳을 통상 한국의 공영방송사로 본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5월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1~5위는 노르웨이, 아일랜드,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언론 자유지수 순위가 높은 북유럽 국가들은 이 후보자가 주장한 대로 ‘민영방송’ 위주 구조일까. 국회입법조사처가 2020년 말 낸 ‘해외 주요 국가의 TV 수신료 제도 변화 고찰: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를 보면 북유럽 국가들은 공고한 공영방송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노르웨이 공영방송인 NRK의 시청 점유율은 약 37% 수준이다. 스웨덴 공영방송 SVT는 지난해 기준 시청자 점유율이 약 34%로 ‘주류’이고, 핀란드 유일 공영방송 ‘율레(YLE)’의 TV1 채널은 지난해 기준 시청자 점유율이 28%, TV2는 13.3%로 점유율이 높았다.
RSF는 지난 5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전년보다 다소 하락한 47위로 평가하며 “KBS는 경영진 임명 시 정부의 영향력으로 편집권 독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2021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설문에서 언론인의 60% 이상이 광고주가 언론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본 점, 언론인이 명예훼손 등 이유로 7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독일, 프랑스, 영국, 호주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각각 21위, 24위, 26위, 27위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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