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자퇴한 10세 영재 父 “조별 과제서 유령 취급, 학폭 있었다”
서울과학고에 만 10세 나이로 입학해 화제를 모았던 백강현군이 한 학기만에 자퇴한 것과 관련해 그의 아버지가 그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에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20일 주장했다. 급우들이 조별과제 활동을 할 때 ‘1인분’을 하지 못한다며 백군에게 별다른 역할을 주지 않거나, 또 하루 종일 백군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것이 학폭이라는 것이다.
백군 아버지는 이날 아들 이름으로 개설한 유튜브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어린 강현이에게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났다. ‘너가 여기 서울과학고에 있는 것은 전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팀 과제할 때, 강현이가 같은 조에 속해있으면 한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면박을 주고, 아무 역할도 주지않고 유령취급했다”고 주장했다.
백군 아버지는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에 강현이 보라고 버젓이 ‘아무 것도 못하는 병X, 찐따 새X라고 욕하며 놀리기’ ‘하루 종일 강현이한테 말 걸지 않기’ 등등 강현이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다”라고도 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알려달라면서 “사람 목숨이 하나 죽어야 언론화되고 공론화 될 수 있다면 제가 목숨을 바치겠다”라고도 했다.
백군 아버지는 백군의 자퇴 소식을 알린 뒤 ‘서울과고 선배맘’이라는 사람에게서 ‘협박 메일’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모멸적’ ‘치가 떨린다’ ‘무례한 메일’이라며 메일 내용을 공개했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현맘!! 설곽(서울과학고) 선배맘입니다! 초등생이 설곽 합격했다고 해서 천재인가보네 하고 넘어갔어요. 그런데 걔가 중간고사 전체 과목 중에 수학 1문제밖에 못 풀었대서 학교 부모들 들썩들썩 했어요.”
“문제 푸는 기계가 되기 싫어서 자퇴했다고요? 솔직히는 전교 꼴등이고 수업을 이해 못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최소한 학교 학생들 이미지 떨어뜨리는 일 하지 말아야지요.”
백군 아버지는 이 메일에 대해 “무례한 메일을 보내시다니 정식으로 고발하겠다”라며 “1학기 중간고사 전체과목에서 수학 1문제만 풀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엉터리 사실로 어린 아기를 그렇게 폄하하니 마음이 편하신가”라고 답장했다고 밝혔다.
백군 아버지는 “강현이가 중간고사 때 수학시험을 치르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는데 그것은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더 풀 수 있는 문제가 있음에도 풀지 못하여 억울해서 운 것”이라며 “여러 문제를 풀었고 점수를 받았다. 1문제밖에 못 풀었다는 소리는 당신 마음의 간절한 바람의 소리일 것”이라고 했다.
백군의 아버지는 또 이번 자퇴 결정은 학교 폭력 탓이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강현이는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서가 아니라 경찰 고발 직전까지 이르렀던 심각한 학교 폭력으로 그만두게 된 것”이라며 “가장 두려워하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학교 폭력의 근본 원인에 대해 학교 측의 어떠한 배려나 지원도 없던 게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현이가 당한 학폭과 실질적인 자퇴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영상에서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백군 측은 19일 유튜브를 통해 자퇴 사실을 알렸다. 백군 이름으로 올라온 영상인데 실제로 백군이 직접 작성한 글인지는 알 수 없다.
영상에서 백군은 “엊그제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는 아침, 이를 닦으며 허둥지둥 수학공식을 암기했다. 그러다 거울 속에서 문제를 푸는 기계가 되어가는 저를 보게 된다. 갑자기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작곡도 하고 싶고 보드게임도 만들고 싶어졌다. 저는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아빠에게 ‘학교 그만두고 싶다’ 그랬더니 아빠가 저를 가만히 안아주셨다. 흔쾌히 허락하셨고 그 후 초고속으로 자퇴 절차를 밟았다”며 “다만 여름방학 기간에 저도 형들처럼 잠을 줄여가며 전 과목을 2학기 기말고사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기에, 2학기 때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했다.
학교 생활에 도움을 준 같은반 형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백군은 “저는 이제 제가 좋아하는 작곡도 하고 보드게임도 만들고 멘사 문제도 만들고 태권도 학원도 다니면서 수능 준비 열심히 하겠다”며 자신이 작곡했다는 노래 ‘민들레 홀씨’를 영상에 삽입했다.
백군의 자퇴 소식과 ‘학폭’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은 2018년 4월 22일 개설된 것이다. ‘천재 아들을 두고 있으면 좋은 점 3가지와 나쁜 점 3가지’ ‘백강현, 영재성이 처음 나타난 순간의 영상’ ‘백강현은 어떻게 공부중독자가 되었나?’ ‘길러진 영재와 타고난 영재’ 같은 제목으로 백군의 부모가 자녀의 ‘천재성’을 소개하는 영상 등이다. 지난 2월 업로드한 ‘만 9세에 서울과고 합격한 강현이의 공부방법 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에선 백군과 그의 모친이 등장해 인터넷 강의 업체를 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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