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버스' 제작진의 외침 "대본 아닙니다" [인터뷰]
좀비와 유니버스 결합한 버라이어티 예능
대본설에 강력 반박
"대본도 캐릭터 설정도 없습니다." '좀비버스' 연출진의 강력한 한 마디다. 좀비 테마를 쓴 코미디 버라이어티 쇼는 공개 1일 만에 순위를 오르더니 덜컥 국내 1위를 차지했다. 빠르게 입소문을 타다 보니까 일부 시청자들의 대본 의혹 제기가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를 연출한 박진경 CP와 문상돈 PD는 본지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좀비버스'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 세계로 변해버린 서울 일대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좀비 유니버스 예능이다. 노홍철 박나래 딘딘 츠키 유희관 조나단 파트리샤 덱스 꽈추형(홍성우) 등이 출연했다. 좀비와 유니버스라는 단어를 조합해 좀비가 가득한 세상이라는 의미를 가진 제목의 '좀비버스'는 좀비가 나타난 서울 그리고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3일간의 생존 이야기를 담아냈다.
넷플릭스는 '좀비버스'를 두고 세계를 강타한 K-좀비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K-버라이어티 예능의 만남인 좀비 액션 버라이어티라고 자부했다. 박진경 CP는 "좀비 소재는 전 세계 사람들이 어떤 배경인지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다. 저희의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배경 설정이 두 글자로 된다. 그래서 좀비 콘텐츠가 매력적이다. 또 B급 코미디와 맞붙어있다"고 소재의 강점을 짚었다. 이들은 가상의 존재인 좀비를 리얼리티와 접목시키보단 본격적인 코미디 장르로 풀어내는 것이 더욱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좀비를 바라보는 시각을 비틀어서 웃음을 시도한 접근은 신선했고 또 새롭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박 CP와 문 PD는 공개 직후 쏟아진 뜨거운 반응에 체감 중이라고 입을 열었다. 먼저 박 CP는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주로 드라마, 영화 보는 분들이 많아서 예능이 어떻게 될까 고민이 됐다. 1년 동안 고생했기에 걱정이 있었지만 1위로 바로 올라섰다. 패트롤에서 10위에 올랐다. 좀비 콘텐츠의 힘이다"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국내에선 버라이어티 예능이 익숙한 장르 중 하나이지만 외국에서는 생소한 편이다. 싱가폴 홍콩 필리핀에서는 1위를 기록했지만 해외에서는 리얼리팅쇼, 데이팅 프로그램이 주류인 탓에 극과 극의 평가가 이어지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좀비버스'를 향한 다양한 반응은 연출진에게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자신들이 만든 창작물에 대한 각기 다른 피드백이 이어지면서도 호성적을 유지하기 때문에 기분 좋게 흐름을 지켜보는 것이다.
다만 마냥 기분 좋은 댓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리얼리티가 아닌 버라이어티 예능의 일환이기 때문에 출연자들은 제작진이 만들어놓은 배경과 상황극 안에서 움직인다. 가령 2화의 첫 시작인 교통사고는 제작진이 미리 세팅한 설정이지만 출연자들의 행동은 모두 애드리브다. 문 PD는 "예능의 기본, 제작의 틀은 판을 깔아놓는 것이다. '좀비버스'는 다른 방식으로 깔았다고 생각하시면 좋겠다. 출연자들도 다음 행보를 아무도 몰랐다. 인터넷에 맘아픈 댓글이 많다. 짜고 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어떤 시청자는 죽을 사람이 결정돼 있다고 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 CP는 "'좀비버스'에 대본이 없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 결정적인 순간을 카메라가 잡지 못했다. 대본이 있어서 행동이 있다면 정확한 바스트가 나올 텐데"라고 떠올렸다. 또 문 PD는 "노홍철이 박나래를 버릴 줄도 꽈추형이 박나래를 구할 줄도 몰랐다. 저기서 다 시켰지. 촬영 당시에는 꽈추형이 누군지도 잘 몰랐다"고 언급했다. 이어 박 CP는 "예능을 하다 보면 출연자들의 컨트롤이 안 된다. 갖고 있는 실제 성격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제작진들도 깜짝깜짝 놀라는 순간이 많다. 꽈추형이 박나래를 구할 줄 몰랐던 것처럼 유희관이 맥없이 사망자가 됐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출연자들은 제작진이 예상했던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제작진이 가장 먼저 좀비가 될 것이라고 추측했던 이는 부상을 입었던 박나래였다. 정작 전직 운동선수였던 유희관이 도주 중 넘어지면서 첫 번째 좀비가 됐다.
제작진은 좀비가 나타난 세상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리더의 자질을 갖춘 사람부터 전직 군인, 의사, 거동이 부자유스러운 부상자, 배우, 운동선수, 그리고 남매를 섭외했다. 총 10명의 출연진들은 주어진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도, 상응하는 리액션도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신선한 시너지를 완성했다. 이 가운데 덱스부터 꽈추형 조나나 파트리샤까지 지금 가장 유튜브에서 핫한 이들을 모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라인업이다. 연출진은 입을 모아 출연자 캐스팅이 일찍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좀비버스' 촬영 당시 덱스는 그가 인기를 얻게 된 넷플릭스 시리즈 '솔로지옥2' 방영 전이었고 파트리샤가 '혜미리예채파'에 나오기 전이었단다.
박 CP는 "그땐 (라인업이)신선했다. 덱스는 그때만 해도 시간이 많았는데 요새는 바빠졌다. 캐스팅을 하자고 했던 제작진이 안목이 있었던 것이다. 덱스가 예상 못한 활약을 했다. "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문 PD는 "덱스에게 물에 들어가라고 시켰다는 반응이 있었다. 정말 짜인 게 없었다. 바다에 들어가는 모습을 제작진이 멀리서 보고 있었는데 '어떡하지' 싶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들어갔다"고 떠올렸다. 또 다른 명장면인 덱스가 공장에서 츠키를 구하던 순간 역시 제작진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다. 박 CP는 "덱스가 츠키를 구하는 순간이 가장 놀랐던, 또 가장 짜릿했던 촬영 장면이다. 누구도 밧줄을 타고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사전에 덱스는 내려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타고 올라올 줄 상상도 못했다. 나중에 덱스에게 물어봤더니 '저 UDT다'라고 하더라. 당시에는 츠키가 좀비가 되면서 팀의 분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유도했는데 덱스가 (밧줄을 잡고)올라가버렸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처럼 허구와 현실 가운데에서 버라이어티 예능의 장점을 한껏 포진한 '좀비버스'. 호평과 혹평이 동시에 쏟아지지만 제작진에게는 자부심이 있었다. 박CP는 "저희 욕심으로는 '좀비버스'를 새로운 장르로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모든 이들이 열심히 많이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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