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 첫 우승, '축구종가' 잉글랜드 1대0 제압…'남녀 WC 정상 대업'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스페인이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호르헤 빌다 감독(42)이 이끄는 스페인 여자축구 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스페인은 이 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이로써 스페인은 독일에 이어 남녀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린 두 번째 국가가 됐다. 또한, 스페인은 잉글랜드에 1년 전 흘렸던 눈물을 설욕했다. 두 팀은 지난해 유럽여자축구선수권대회(여자 유로) 8강전에서 격돌했다. 당시 잉글랜드가 연장 끝에 2대1로 승리했다.
누가 우승 해도 새 역사가 되는 날이었다. 두 팀은 1991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단 한 번도 결승 무대를 밟은 적이 없었다. 스페인의 지난 2015년에야 처음으로 여자 월드컵 본선(조별리그 탈락)에 올랐다. 2019년 프랑스 대회에선 처음으로 16강에 올랐다. 잉글랜드의 종전 최고 성적은 2015년 캐나다 대회 3위였다.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코스타리카(3대0)-잠비아(5대0)-일본(0대4)을 상대로 2승1패를 기록했다. 조 2위로 터너먼트에 합류했다. 16강에서 스위스(5대1), 8강에서 네덜란드(2대1), 4강에서 스웨덴(2대1)을 격파하고 결승에 합류했다.
잉글랜드는 조별리그에서 아이티(1대0)-덴마크(1대0)-중국(6대1)을 연달아 누르고 D조 1위에 올랐다. 16강전에선 나이지리아를 승부차기 끝에 눌렀다. 8강전에선 콜롬비아를 2대1로 꺾었다. 준결승에선 개최국 호주를 3대1로 누르고 파이널 무대에 올랐다.
경기가 시작됐다. 두 팀의 플레이 스타일은 180도 달랐다. 스페인은 특유의 패스 축구로 상대 진영을 흔들었다.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를 공략했다. 잉글랜드는 압도적 피지컬로 스페인 진영을 파고 들었다.
두 팀은 전반 16분 한 차례씩 결정적 기회를 만들었다. 잉글랜드는 최전방 공격수 로렌 햄프가 강력한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그의 슈팅은 스페인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났다. 스페인이 바로 반격에 나섰다. 알바 레돈도가 잉글랜드 진영을 뚫고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잉글랜드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선제골은 스페인의 몫이었다. 전반 29분 '캡틴' 올가 카르모나가 왼발슛으로 잉글랜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카르모나는 스웨덴과의 4강전에 이어 2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다. 스페인이 1-0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잉글랜드가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알레시아 루소, 레이첼 달리를 빼고 로렌 제임스와 클로이 켈리를 투입했다. 스페인은 후반 15분 레돈도 대신 오이하네 에르난데스를 넣었다.
변수가 발생했다. 후반 19분 잉글랜드의 키이라 윌시가 마리오나 칼덴테이를 막는 과정에서 핸드볼 반칙을 범했다. 비디오 판독(VAR) 결과 페널티킥 판정이 났다. 키커로 제니퍼 에르모소가 나섰다. 잉글랜드 골키퍼 마리 어프스가 위기를 넘겨냈다. 방향을 정확히 예측해 선방을 펼쳤다.
분위기가 제대로 타올랐다. 양 팀의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잉글랜드는 후반 41분 엘라 툰 대신 베스 잉글랜드를 투입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스페인도 칼텐데이 대신 알렉시아 푸테야스를 넣어 리드 지키기에 나섰다. 추가 시간 13분. 물러섬 없는 대결이 벌어졌다. 잉글랜드는 경기 막판 골키퍼까지 공격에 투입하는 작전을 사용했다. 하지만 스페인의 뒷심이 더 강했다. 스페인이 1대0 리드를 지키며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이번 여자월드컵은 역대급 흥행 기록을 남겼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 60경기에 총 173만4028명이 입장했다. 평균 2만8900여 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직전 대회인 2019년 평균 관중은 이보다 7000명가량 적은 2만1756명이었다. 역대 FIFA 여자 월드컵 평균 관중은 2만4780명이다. 특히 개최국 호주에서는 여자 축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타올랐다. 잉글랜드와 호주의 대회 4강전은 호주 전역에서 평균 700만명이 넘은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2001년 집계 이후 최다 기록을 썼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여자축구를 비롯한 여성 스포츠 전반에 앞으로 17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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