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민낯 드러낸 주호민 사태 [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송민섭 2023. 8. 20. 2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시설·교사 증대만 치중… 교육 밑그림 다시 그려야
특수교육 대상자 일반교 등교 늘지만
‘학교 내 특수학교’처럼 운영되기 일쑤
학부모 민원 응대 등은 오롯이 교사 몫
“교육부·교육청 지원체계 근본 변화를”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을 교정하려 노력했고, 그러면 다시 일반학급에도 갈 수 있다고 가르쳐 왔던 저희는 교사가 아이에게 ‘너는 아예 돌아갈 수 없다’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단정하는 말도 가슴 아팠습니다.”

유명 웹툰작가이자 발달장애 아들을 둔 주호민씨가 최근 2차 입장문을 냈습니다. 주씨가 아들 담당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는 특수교사의 말 때문으로 보입니다.
웹툰 작가 주호민. 뉴시스
주씨는 “녹음 속에서 아이는 침묵하거나 반사적으로 ‘네’를 반복하며 그 말들을 받아내고 있었다”고 토로합니다. 아들의 이전과 다른 잦은 배변 실수와 급우들 기피 현상, “잘못했어요”라는 대답 등이 녹음된 대화와 분위기로 이해가 되더라는 설명입니다. 주씨의 특수교사 고소 건이 날로 심각해지는 교권 침해와 학부모들의 아동 학대 고소 남발 등에 대한 사회적 공분에 기름을 부은 양상입니다. 대체로 ‘학부모 갑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장애학생에 대한 사회적 포용을 촉구하는 기사에는 “성폭력범에 대한 응당한 처벌”, “왜 일반학교에 보내서”라는 분리 교육 주장까지 비난 댓글이 넘쳐 납니다.

주씨의 입장문을 읽으며 지체장애 2급인 제 조카를 떠올렸습니다. 지금은 대학생인 조카는 유·초·중·고교 과정을 일반학교에서 마쳤습니다. 갑자기 괴성을 지르는 조카에 당황한 유치원 교사가 같은 유치원에 다녔던 제 누나를 불러 돌보게 했던 일이나 초등학교 때 오줌이 마려워 교실서 바지춤을 내렸다가 교사와 친구들 모두 혼비백산케 한 일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주씨와 형 부부는 그럼에도 왜 일반학교를 고집했을까요. 경력 10년의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 K씨는 지난해 7월 김기홍 부산교대 교수(유아교육학)와 개인면담에서 “장애아 부모들도 모델링하는 대상이 일반적인 아이라면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비장애 친구들을 보면서 좀 더 배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현장 교사들 느낌만은 아닙니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한 반에서 수업을 받으면 장애학생의 경우 사회성, 의사소통 및 학업능력 향상에, 비장애학생 또한 사회성 향상 및 다양한 사회 구성원 이해력 향상, 학업능력 향상 등에 효과가 있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들이 많습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일반학교에서 장애유형·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특수교육법 제2조 6항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반학교에서의 통합교육은 하나의 대세가 됐습니다. 2013년 8만6633명의 특수교육 대상자 중 일반학교(특수학급·일반학급)에 다니는 학생은 70.5%(6만1111명)였는데 2022년엔 전체 10만3695명 중 72.8%(7만5462명)로 늘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초·중·고교에 특수학급을 설치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시설·교사 증대에만 치중했을 뿐 통합교육에 관한 별다른 매뉴얼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한 특수교사는 단국대 연구진과의 면담에서 “특수학교에서 일반학교와 통합교육을 주관하는 업무를 받았는데,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 그 흔한 매뉴얼이나 지침서 하나 없었다”고 토로합니다.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은 일반학급과 교육 프로그램이나 인적 교류가 전혀 없는 ‘학교 내 특수학교’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학생이 비장애학생과 한 반에서 수업을 받는 통합교육 역시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일반 교사 혼자서 진행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최근 부쩍 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분노조절장애, 우울·불안 등을 앓는 ‘정서행동 위기학생’에 대한 대처와 학부모 민원 응대는 오롯이 교사들 몫입니다.

한상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대다수 학급에 정서행동 위기학생들이 있고 대다수 교사들이 이들을 만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학교나 교육청 차원의 전문적 지도 방안과 지원 체제가 없다는 것은 공교육기관으로서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는 윤석열정부가 명심해야 할 말입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