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 철회가 답이다
정권 초기 국정철학이 다르다며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자진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시작됐던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방송 독립성을 지켜야 할 방송통신위원장에게 국정철학 합치 여부를 언급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기어이 면직시켰다.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이후 5인 정원의 방송통신위원회를 3인 비상체제로 수개월 운용하며 방송장악 단계를 밟아왔다. 감사원·검찰을 동원해 빌미를 만들고 KBS 남영진 이사장, 윤석년 이사, EBS 정미정 이사 등을 해임하고,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해임을 앞두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도 해촉했다. 각각의 사안이 어처구니없음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짧은 시간에 해임 광풍을 일으키는 것은, 공영방송 이사 구성을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전환해 사장 교체 시나리오를 실현하고, 심의기관을 장악해 방송 내용을 정부에 유리하도록 이끌려는 의도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마무리할 인사로 이동관 대통령대외협력특보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했다. 대선 시절부터 관계한 대외협력특보니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대통령 국정철학을 충실히 방송에 반영할 인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언론장악의 첨병’으로 보일 뿐이다. 지명 직전 대통령특보였을 뿐 아니라 그동안 드러난 청와대 문건에 따르면 이동관 후보자는 언론장악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가 책임자였던 대변인실이나, 홍보수석실에서 생산하거나 이곳에 보고된 문건들에 언론장악의 실체가 드러나 있다.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문건에 따르면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부정적인 보도에 ‘조치’를 취했다. 삭제 또는 순화시켰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절차인 정정·반론보도 요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접수가 아니라 개별 연락을 통해 보도 내용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금기를 건드린 것이다. 세월호참사 때 KBS에 전화를 걸어 부탁을 했던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은 이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또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MBC 경영진 교체 계획을 보고했다. 그 내용은 현실화됐다. 여당 성향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압박으로 엄기영 사장이 사퇴했다. 해직·징계·직능과 무관한 전보 조치 등 MBC 구성원들의 악몽도 시작됐다. 반면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사 사장과 언론인에게는 대통령이 전화로 격려하라고 했다. 정권과 언론의 유착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었을까? 정부가 못마땅한 방송인들에게 좌파 딱지를 붙여 퇴출시켜야 한다는 문건도 있다. 후보자는 불법 농지 구입을 무마하려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청탁까지 했다.
이런 전력의 이동관 후보자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1조에 명시한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할 위원장으로서 부적격함은 물론이다. 게다가 후보자는 관련성을 부정했다. 본 적이 없다거나 일상적 행태였다는 것이다. 자신이 책임자였던 조직에서 언론장악을 입증하는 문건들이 생산됐는데 알지 못했다거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무능하거나 거짓말하는 것이다. 국민에겐 무능하거나 거짓말하는 방송통신위원장 어느 쪽도 다 재앙이다. 그러니 자진사퇴하는 게 답이다.
하지만 후보자는 자진사퇴를 권하는 의원에게 점심시간에 생각해보겠다는 농으로 화답했다. 가볍기 짝이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임명권자가 철회하면 따르겠다고 했다.
이제 공은 대통령에게로 갔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조차 KBS가 정파적 보도를 한다고 주장하며 시스템을 ‘선교정’하겠다는 언론장악 의지를 내보인 사람이다. 언론장악이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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