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병원 산부인과·소아과 의사 상급병원 이탈 고사위기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3. 8. 2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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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인력 유출로 급여 40% 올라

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 일환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에 대해 상시 입원 진료체계를 갖추도록 명령한 것을 두고 해당 진료과목을 운영하는 1·2차병원이 유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두 진료과목에서 활동 중인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데 상급종합병원이 지정 취소를 면하기 위해 의료진을 유인해가면 1·2차병원은 인력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자칫 1-2-3차로 이어지는 의료전달 체계가 붕괴돼 경증 치료 시스템이 와해될 우려마저 제기된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수도권 소재 2차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년차를 영입하는 데 드는 인건비가 월평균 30~40%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 2차병원 관계자는 “불과 몇달 전만 해도 전공의 수련과정을 갓 마친 의사들 월급이 몇백만원 수준이었는데 이젠 1500만원 안팎까지 늘었다”며 “산부인과 쪽 상황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두 진료과목 전문의들의 몸값이 높아진 데에 최근 발표된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은 내년 1월부터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에 대해 상시 입원환자 진료체계를 갖추고 입원진료 실적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지정 취소 등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지난해 가천대 길병원이 의사 부족을 이유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일시 중단한 바 있는데, 이같은 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전에 막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현직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선 상급종합병원이 상시 진료를 위한 인력 유인책으로 고액 연봉이나 각종 인센티브를 의료진에게 제시할 수밖에 없다. 의사를 영입하거나 묶어두는 데 드는 비용이 전반적으로 늘어나면 재정난을 겪는 병원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상 2차병원의 경우 전체 판매관리비에서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제시한 조건에 맞춰 상급종합병원이 의사 영입에 열을 올리면 1·2차병원 진료실에 남아있을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소아과 오픈런’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만큼 1·2차병원의 의료진 부족이 심각한 상태인데 이번 정책은 소아 경증환자와 임산부, 여성질환자들의 초기 대응을 더욱 부실하게 만들고 1차에서 2차, 2차에서 3차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도 망가뜨릴 것”이라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으로는 필수의료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상급종합병원의 의사 증원 등 필수의료 인력 확충과 동시에 1·2차병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수가 정상화를 꼽는다. 인력시장에서 이미 높아져버린 의료진의 급여 수준을 감당하려면 병원이 거둬들이는 수익을 늘려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가가 안정적으로 뒷받침돼야 1·2차병원도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유인책 등을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 소재 1·2차병원에 따르면 제왕절개 수술 기준 상급종합병원의 수가가 100일 때 1차병원은 64, 2차병원은 67~69 수준이다. 한 2차병원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 못지않게 상시 진료체계를 갖추고 있고 수많은 소아환자와 임산부 등을 돌보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상급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다”며 “상급의 60~70% 수준인 의료수가를 100%로 현실화하지 않으면 경증환자들이 설 곳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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