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제는 특수교사들이 답할 차례다
아들과 함께 지하철을 탔는데 만석이다. “이거 잡아, 손잡이 꼭 잡고 가야 해. 옳지. 잘 잡았네.” 키가 182㎝에 이르는 중학생 아들에게 엄마가 손잡이 잡는 법까지 알려주고 있으니 딱 봐도 감이 온다. 발달장애인이구나.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건다. “요즘엔 편견이 많이 사라졌죠?” ‘요즘엔 다시 또 심해졌어요’라고 말하려는 찰나 그가 마저 말을 잇는다. “옛날엔 정말 심했어. 나도 그렇게 놀림받았어요. 키가 크다고. 꺽다리라고.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지. 단지 다른 것뿐이었는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힘들긴 했나 보다. 그 말에 눈물이 왈칵 나려고 한다.
내 아들은 자폐성 장애인이다. ‘우영우 신드롬’이 일었던 지난해만 해도 1년 뒤 대한민국에 발달장애 혐오가 난무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일이 꼬이려면 이렇게 꼬이는가. ‘왕의 DNA’까지 등장하며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의 입지는 아주 작아졌다. 이젠 무서워서 교사에게 말 한마디 건네기도 힘들어진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방학이 끝났다. 21일 개학을 시작으로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은 다시 말 못하는 자식을 대신해 교사들과 소통하기 시작해야 한다. 중간에 있는 당사자가 무발화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특수교사와 학부모는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학생에 대한 정보를 대신 주고받는다.
심지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얘길 나눈다. 왜 미술 시간마다 “양치해”라는 말을 반복하는지, 손을 앞으로 내밀고 두 번 흔드는 건 무슨 뜻인지 등.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부모들은 담임에게 편지를 전달하기도 하고 아이만의 특성을 도표처럼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태도는 정중하다. 감사하다는 말이 봇물을 이룬다. ‘왕의 DNA’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교권 강화를 위해 학부모와의 소통 창구를 하나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의문이 든다. 왜 특수교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특수교육에선 소통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특수교육에 대한 별도의 고려를 해주세요”라는 주장을 왜 특수교사들이 나서서 하지 않을까. 혹시 특수교사들도 바라는 것일까. 특수교육도 비장애 교육처럼 학부모와 접촉 없는 방향으로 가는 걸 바라는 것일까.
개학을 했고 이르면 2주, 늦어도 한 달 안에 상담(개별화 교육 회의) 시즌이 돌아온다. 특수교육에선 학습과 생활지도 모두 교사 단독이 아닌 학부모와의 협의를 통해 목표를 정하고 함께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선 부모들이 망설일 수밖에 없다. 정당한 소통과 요구조차도 교사를 배려하기 위해 침묵할 가능성이 크다.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이런 분위기에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열쇠는 특수교사들이 갖고 있다. 특수교사들이 나서서 학부모와 교사는 협력관계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특수교육의 핵심은 소통”이라고 외쳐주어야 한다.
특수교사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계속해서 함께 가는 겁니까? 아니면 비장애 교육처럼 우리 사이에도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겁니까?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 창구 일원화’가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한 교육을 하는 특수교사들은 어떠한 입장인지 이제는 당신들만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류승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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