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살인 예고 검거’ 절반이 10대… ‘촉법소년 연령하향’ 논란 불붙여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 불붙여
찬성 "보호처분으로 개선 안될 것"
반대 "엄벌로 해결되는 문제 아냐"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최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라 벌어져 사회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어요. 온라인에서는 살인 예고 글이 난무했죠. 처음에는 ‘예고 글대로 또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이제는 ‘또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범행 예고 장소에 경찰 인력이 동원돼 샅샅이 수색해야 하니 인력 낭비가 심하고 고생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인 예고 글이 실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마냥 장난으로 취급할 수도 없어요.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후 온라인상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지난 18일 오전까지 살인 예고 글 399건을 발견해 작성자 173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0명을 구속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작성자를 연령대로 구분하면 10대 비율이 절반 정도입니다. 검거된 10대 중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도 적지 않아요.
경찰은 형사미성년자가 살인 예고 글을 작성했더라도 적극 수사해 법원 소년부에 송치한다는 방침입니다. 보호처분을 해서라도 국민 불안과 행정력 낭비를 야기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죠. 수사당국은 엄정 대응을 강조하지만, 법조계는 강력한 처벌이 어렵다고 관측합니다.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현행 소년법 취지상 살인 예고 글을 올린 것만으로는 강력하게 처벌할 수 없거든요.
이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에 다시금 불을 붙였습니다. 살인 예고 글을 올리는 행동은 살인예비·음모·미수가 적용될 수 있는 중범죄입니다. 하지만 형사미성년자에 속하는 피의자들은 보호처분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지난해 법무부가 발의한 ‘소년·형법 개정’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소년법상 소년은 19세 미만자를 말합니다. 소년법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형사책임능력자인 범죄소년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책임무능력자인 촉법소년 ▷10세 미만의 범법소년 등 3가지로 분류합니다. 촉법소년과 범법소년은 형법상 형사책임 무능력자로 형사처벌을 하지 못합니다. 다만 촉법소년은 소년사건으로 소년법에 의한 보호 처분을 할 수 있죠. 범법소년은 어리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 규제를 하지 않으므로 소년과 보호자 훈계로 끝이 납니다.
이에 지난해 말 법무부는 촉법소년의 기준을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소년·형법 개정’을 발의했습니다. 일부 청소년이 나이를 방패 삼아 범죄를 저지르는 폐단을 막자는 취지였죠. 하지만 대법원은 13세 소년이 형사책임 능력을 갖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국회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이처럼 소년법 개정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팽팽하게 갈릴 정도로 사회적으로 논쟁 중인 문제입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은 “촉법소년의 나이 하한이 필요하다”며 “소년법상 촉법소년은 어떤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형벌을 부과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촉법소년은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 나이라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보호 처분’을 받습니다. 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은 10호인 ‘2년 소년원 송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촉법소년 나이를 낮춰 형사처벌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것. 청소년 강력사건은 1년에 몇 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99%의 청소년 범죄는 보호처분을 받게 될 것이고, 1%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취지입니다. 승 연구위원은 “살인 강도 성폭력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2년 보호처분을 받는다고 해서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과 다른 기타의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송치된 청소년이 같이 수감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죠. 승 연구위원은 “현재의 보호처분은 이들을 교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춘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반대 목소리도 높습니다. 경기대 한영선(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하향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13세 미만 청소년에게 엄벌을 내릴 것이 아니라, 사건 의미를 해석하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대처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청소년 범죄는 엄벌로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게 그의 주장. 한 교수는 교도소 안에서는 반성하고 새로운 사람이 될 가능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윤리의식이 왜곡된다고 우려했습니다. 한 교수는 “청소년들을 처벌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긍정적인 효과는 전혀 없고 부정적인 효과만 극대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교수는 교정 전문가가 나서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시간을 두고 방법을 찾고, 교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의 ‘촉법소년에 대한 법원의 보호처분 결정건수’를 보면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건수는 ▷2017년 3365건 ▷2018년 3483건 ▷2019년 3827건 ▷2020년 3465건 ▷2021년 4142건 등으로 매년 약 3600명입니다. 한 교수는 1년 동안 3600명이면 전문가를 투입해 교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속형 범죄자가 될 가능성을 줄이고, 안전하게 사회로 내보내야 한다고 합니다. 한 교수는 “소년법원도 만들고 청소년 범죄 교정 전문가도 투입해 소년범죄를 위한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며 “소년범죄를 위한 제도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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