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16광년을 하룻밤으로 만드는 오작교
22일은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난다는 ‘칠석’이다. 이날 밤하늘에서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마주한 견우성과 직녀성을 볼 수 있다. 과학적으로 견우성과 직녀성의 거리는 16광년이다. 빛의 속도로 16년을 가야 닿을 수 있는 거리다. 그럼에도 우리는 견우와 직녀가 하룻밤 만에 꼭 만나기를 바라고, 만난다고 믿고 산다. 이런 것이 인간다움이자 인류문명을 만든 상상력의 힘이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기 위해서는 하늘길을 연결하는 다리가 필요하다. 이때 나서는 것이 까마귀와 까치다. 까마귀(烏)와 까치(鵲)가 놓은 다리를 오작교(烏鵲橋)라 하고, 이 말은 일상생활에서 ‘사랑을 연결해준다’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사랑의 징검다리가 돼주는 까마귀와 까치는 닮은 듯하면서 전혀 닮지 않은 새다. 둘 다 까마귓과인 데다 숲의 치열한 경쟁을 피해 사람이 사는 마을에 기대어 산다. 그래서 사람들은 까마귀와 까치를 한데 아울러 ‘까막까치’라 부른다.
하지만 둘의 서식 습성은 확연히 다르다. 까치는 집을 잘 짓고 자기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자기 영역에 들어온 까마귀를 서슴없이 공격한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는 얘기도 이래서 생겼다. 까치는 낯선 사람이 자기 영역에 들어와 경계의 소리를 내는 것인데, 사람에게는 낯선 이가 오랜만에 보는 지인이거나 친·인척일 수 있다.
까치와 달리 까마귀는 집을 짓는 데 서투르다. 하지만 번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집이 필요하다. 하여 까마귀는 까치의 집을 뺏곤 한다. 여기에서 ‘까마귀가 까치 집을 뺏는다’는 말이 생겼다. ‘서로 닮은 점을 이용해 남의 것을 빼앗는다’거나 ‘사정을 아는 사람이 더 못된 짓을 한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이렇듯 아웅다웅하는 까막까치도 견우와 직녀를 위해 날개를 맞대고, 둘에게 밟혀 머리털이 빠지는 고통이 찾아와도 기꺼이 다리가 돼준다. 그게 우리의 설화이고 상상력이다. 정치인들도 국민을 위해 16광년만큼 벌어진 진보·보수의 간극을 하룻밤의 거리로 좁혀주는 다리가 됐으면 좋겠다.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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