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동의 없이 ‘대중 봉쇄’ 최일선에 선 윤 정부의 위험한 외교
한·미·일 정상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3국 협력 방향과 구체적 방안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 ‘3자 협의 공약’ 등 3건의 문서를 채택했다. 한·미·일이 안보·경제 등에서 포괄적·불가역적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그 영향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시키기로 한 것이다. 3국 정상은 “새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지만, 한국 외교가 ‘미증유의 험로’에 들어섰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한국이 미국의 중국 견제·봉쇄에 가담하면서 지난 30년간 견지해온 대중국 외교 기조가 급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일은 ‘3자 협의 공약’에서 ‘지역적 도전·도발·위협’이 발생할 경우 대응 방안을 협의하고 공조하기로 했다. 정상, 국가안보실장, 외교·국방·산업 장관 등 각 분야의 연례 회동을 제도화하고, 3국 군사훈련 정례화 등 대북 압박 조치도 강화하기로 했다. ‘공약’은 한·미·일 3국을 동맹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구속력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준군사동맹’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렇게 되면 대만해협이나 센카쿠열도 등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한국도 끌려들어가는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
이번 합의에서 한·미·일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봉쇄 전략에 맞춰 공동 대응키로 하고 이를 명문화한 것은 1992년 수교 이후 30여년간 견지해온 대중국 외교의 급변을 뜻한다. “중국에 의한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 등 중국이 예민해하는 사안을 직설적으로 기술한 공동성명에 한국이 참여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한국이 얻을 경제적·안보적 실익은 불투명한 반면 한·중관계 악화에 따른 부담은 커졌다. 한·미·일의 국익 구조가 다른데도 미국의 국익을 우리 것인 양 일치시키는 합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19일 “역외 세력이 남중국해에서 진영 대결과 냉전적 사고를 부추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고, 20일에는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랴오둥반도·산둥반도 인근 해상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이번 한·미·일 합의는 한국의 외교 패러다임을 수십년 만에 바꾸는 중대사안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생략했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 ‘성의 있는 호응’을 하지 않고 있는데 한국은 일본의 재무장과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간여 가능성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이번에도 전달하지 않았다. 한·일관계 개선에는 “앞으로 저희가 더욱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국민 뜻에 어긋나는 일방 외교가 계속될 경우 한·미·일 협력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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