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도 오늘만큼은 대한민국”...10만명 열광시킨 케이콘의 위엄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8. 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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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관람객 케이콘LA 현장 가보니
11년 대표행사 답게 미국 K팝 팬들 집결
오디션 통과한 일반인 30여명 무대 올라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케이콘 1일차 공연. [사진 출처=CJ ENM]
“너는 누군가의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 제일 좋은 어느 날의 데자 뷰~.”

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케이콘(K-CON)이 한창인 크립토닷컴 아레나 무대 위. 걸그룹 아이브가 자신들의 곡 ‘아이엠’(I AM) 가사에 맞춰 춤을 추는 순간, 무대 위로 30여 명의 댄서들이 올라왔다. 복장부터 국적, 성별, 인종 등이 가지각색으로 이날 공연 전 LA컨벤션센터에서 사전 오디션을 거친 일반인 팬이다. 수준급 안무와 무대 매너로 모두가 주인공인 이색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 중엔 열아홉 살 올리비아도 있었다. 샌디에이고에서 200여km 떨어진 LA까지 달려와 공연한 그는 무대에서 내려온 직후에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케이콘에 처음 온 게 열세살이었어요. 이후로 K팝 춤을 즐겨 추곤 했는데, 이제 K팝 스타와 함께 동경하던 그 무대에 오르다니 너무 기쁘고 아직도 떨려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LA 컨벤션센터 행사장에서 걸그룹 아이브와 함께 ‘드림 스테이지’에 오르기 위해 사전 오디션을 치르는 참가자들. [사진 출처=CJ ENM]
올해로 11회를 맞는 케이콘 LA가 K팝 대표 연례행사이자 ‘꿈의 무대’(드림스테이지)로 자리매김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드림스테이지는 지난해 케이콘 LA에서 첫선을 보인 관객참여형 무대다. 이번 콘서트 2·3일 차의 드림스테이지는 각각 제로베이스원, 있지가 맡았다.

사전 오디션에는 한꺼번에 10여명씩 무대에 올랐다. 심사위원 평가에 따라 즉석에서 무대에 오를지가 결정됐다. 토요일인 19일엔 오전 10시께부터 나란히 위치한 컨벤션장과 공연장을 빙 둘러 긴 줄이 늘어섰는데, 오디션과 보안 검색 때문에 인원이 몰린 것이다. 크리스(17)는 “아침 일찍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집에서 출발해서 2시간째 기다리는 중”이라며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제로베이스원 매력에 빠졌다. 같이 무대에 올라 춤추는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 기간 LA는 공연장 주변뿐 아니라 미국 곳곳과 일부 해외에서 몰려든 팬들로 공항부터 들썩이는 분위기였다. 도시·국가 경계를 넘어온 팬들과 입국하는 가수를 맞이하기 위한 인파가 몰렸다. 샤이니·BTS 등의 팬으로 10년간 꾸준히 K팝을 좋아했다는 첼시(27)는 “테네시주에서 4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다. 매년 이맘때면 케이콘을 위해 LA에 온다”고 말했다.

팬들은 케이콘 LA 사전 예매 좌석을 매진시키며 K팝 티켓파워를 입증했다. 직접 관람한 케이콘 LA의 첫날도 최대 2만여석인 공연장이 꽉 찼다. K콘텐츠 관련 부스와 이벤트가 진행된 컨벤션장까지 포함해 하루에만 4만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까지 이틀간 열리던 공연을 올해는 하루 늘려 총 3일차로 진행한 것인데, 열기가 분산되긴커녕 10만여 명이 몰려 역대 최다 관람 인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됟나.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LA 크립토닷컴 아레나 무대에 오른 그룹 아이브. [사진 출처=CJ ENM]
첫날 무대는 때론 LA의 맑은 하늘처럼, 때론 내리쬐는 햇살처럼 청량함과 뜨거움을 오갔다. 관객들은 객석에 앉을 새도 없어 보였다. 크래비티, 엔믹스, 웨이션브이(WayV)와 NCT 태용, 셔누X형원, 샤이니 태민까지 무대에 가수만 오르면 뭔가에 이끌린 듯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연신 환호하고 떼창을 불렀다.

특히 팬과 가수가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연출이 돋보였다. 무대 형태도 객석이 360도로 둘러쌌다. 통상 무대와 객석이 정면으로 마주 보는 형태와 다르게, 어느 방향에서도 가수를 가까이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일부 출연진은 공연 중간중간 객석 사이에서 깜짝 등장하며 팬들과 함께 호흡했다. 웨이션브이와 셔누X형원은 무대 위에서 관객이 참여하는 즉석 게임도 진행했다.

다양한 출연진, 다양한 팬덤이 모인 가운데서도 ‘걸그룹 대세’는 확연히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이날 아이브는 ‘아이엠’ 외에도 ‘키치’ ‘러브 다이브’ 무대를 선보였는데, 들고 있는 응원봉 색깔에 상관없이 관객 대부분이 떼창을 부르며 호응했다. 심지어 트와이스나 (여자)아이들은 이날 출연하진 않았지만, ‘알코올프리’ 혹은 ‘톰보이’ 등 이들의 인기곡 하이라이트 구간이 잠깐만 흘러나와도 관객들이 포인트 안무를 추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엔믹스가 오마주한 트와이스의 ‘더 필스’ 무대도 큰 환호를 받았다. 걸그룹들이 듣기 편하고 중독성 있는 노래의 힘으로 해외에서도 대중적 인지도를 탄탄히 쌓아온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또 관객 중에는 한 팀만 응원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응원봉을 번갈아 들어가며 응원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번 LA 케이콘은 미국의 장애인법(ADA)에 따라 청각 장애인 관객에게 현장 수어 통역을 제공해 배리어프리에 더 다가갔다. 첫날 공연의 경우 4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수어 통역사가 노래 리듬에 맞춰 현란한 수어 통역을 하는 모습을 관객석에서 볼 수 있었다.

CJ ENM은 케이콘 현장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홍보 활동도 진행했다. K팝 공연장, 컨벤션장 등 대형스크린에 홍보영상을 틀었고, 생중계 중에도 영상을 송출했다. 댄스 크루 ‘위댐보이즈’와 함께 한 뮤직비디오다. 이밖에 컨벤션장에선 ‘보이즈 플래닛’의 김신영 PD, ‘서진이네’ ‘지구오락실’의 나영석 PD 등 콘텐츠 제작자의 특별 토크쇼, 아티스트와 팬들의 소규모 팬미팅도 따로 진행돼 연일 북적였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한 팬이 NCT 응원봉을 들고 일어선 채 무대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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