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니? 다시 들어와”...천연가스 뽑아낸 공간에 탄소 다시 묻는다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3. 8. 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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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고갈 가스전, 年1000만t 탄소 저장소 변신
가스 뽑고 탄소는 재매장...친환경 LNG수출허브로
SK E&S 투자해 2025년 가동...현지정부도 ‘원팀’
호주 다윈 LNG 터미널 내에 이산화탄소 분리 공정을 위한 탄소 포집설비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 [사진 제공=SKE&S]
호주 북준주 항만 약 60만평 규모 ‘다윈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은 최근 LNG 생산 시설을 넘어 탄소포집(CCS)까지 한 장소에서 책임지는 ‘올인원 시설’로 변신을 시작했다. LNG 생산 과정에서 그간 대기 중으로 배출하던 탄소를 지하에 영구히 매장시키는 방식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현지 시설을 찾아보니 국내 기업 SK E&S와 호주 정유기업 산토스, 호주 정부가 ‘원팀’으로 뭉쳐 준비 중인 CCS 적용 LNG 프로젝트 건설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 다윈 LNG 터미널은 인근 해상 바유운단 지역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LNG를 수출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바유운단 가스전의 고갈과 신규 발굴한 바로사 지역 가스전의 상업 생산이 가까워지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고안됐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천연가스가 생산되면 이를 다윈 LNG 플랜트로 이송시킨다. 이곳에서 포집된 탄소는 해저 파이프라인을 타고 약 500km 떨어진 바유운단 가스전으로 운송돼 지하 약 3km의 사암층에 영구히 저장된다.

가스전 개발과 동시에 인근에 대형 이산화탄소 저장고를 확보함으로써 CCS 효율은 높이고 비용은 낮출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1년에 약 1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에 주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기존에 천연가스를 나르던 해저 파이프라인을 이산화탄소 운송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공사 기간과 개발·운영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어 유리하다.

실제 바유운단 가스전을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전환하기 위한 기본 설계 작업은 지난해 말 완료됐다. 다윈 LNG 터미널 내 CCS 설비를 새로 구축하기 위한 용지 정비 작업도 마무리된 상태다. 남은 주요 절차는 올해 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티모르 정부의 최종 인·허가 정도다. 조만간 바유운단 가스전 생산이 종료되면 2025년부터 계획대로 CCS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호주를 비롯해 한국·일본·이탈리아 등 다국적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SK E&S가 유일하다. SK E&S는 2020년 산토스로부터 다윈 LNG 프로젝트 지분 25%를 약 3억9000만달러(약 3452억원)에 인수했다.

또 SK E&S는 10여 년전 바로사 가스전 개발에도 참여해 현재까지 누적 총 1조5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바로사 가스전 개발의 공정률은 60%를 돌파했으며 2025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 E&S는 바로사 가스전 천연가스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연간 2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전량 다윈 기지에서 포집할 계획이다. 또 액화·운송·재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배출권 구매 등을 통해 상쇄시켜 궁극적으로 탄소중립 LNG를 국내로 들여온다는 구상이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국내 도입 예정인 LNG는 연 평균 약 130만t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전체 소비량의 3%를 차지하는 양이다.

호주 정부도 규제 확립 등을 통해 이 프로젝트를 적극 돕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니콜 매니슨 호주 북준주 부총리는 “호주는 한국과 함께 CCS 분야 리더가 되려고 한다”며 협업 의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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