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새 시대 열었다... 급변침 속 대중 마찰·한일 준동맹 등 '균형' 필요
'정례화', '협의 공약'으로 대응 조율 강화
대만해협 분쟁 휘말릴 우려... 균형 필요
'한일 준동맹 발전' 우려, '지속성'도 관리해야
오늘 우리 세 정상은 처음으로 한미일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 후 공동기자회견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관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 시대로 접어들었다. 위기나 현안이 발생 시 필요에 의해 비정기적으로 가동했던 한미일 협력은 이젠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글로벌 현안 등으로 확대됐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20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을 바꾼 8시간(캠프 데이비드에 머문 시간)"이라고 평가한 배경이다.
한국이 역내 현안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역할을 요구받는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미일 3국 관계의 대전환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이같은 외교 기조의 급변침 속에 △중국 등 미일과 한국이 미묘한 입장차를 보여왔던 현안에 대한 접근 △한일 '준군사동맹' 발전에 대한 우려 △협력의 지속성 담보 등에서 균형을 잡을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대 성과는 '정례화'… '협의 공약'으로 대응 조율 강화
대통령실이 최대 성과로 꼽는 것은 정상뿐 아니라 국가안보보좌관·외교·국방·산업장관 등의 협의의 '정례화'다. 조태용 안보실장은 이날 연합뉴스TV에서 "한미일 협력이 부침이 있었는데 앞으로 확실하게 제도적 틀을 가지고 강력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일 공동성명(캠프 데이비드 정신) 외에 '캠프 데이비드 원칙' 발표도 눈여겨볼 대목으로 꼽고 있다. "공통의 가치와 이익, 지향점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방향을 중심으로 앞으로 한미일 협의는 계속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경제, 첨단기술, 공급망, 미래세대, 여성 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면서 인태 지역의 핵심 협의체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도운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세 나라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전 세계 31%가 넘는다"며 "다른 어떤 경제 블록이나 세력과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특히 '공동의 이익·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해 신속하게 협의한다'는 공약을 계기로 3국이 글로벌 현안에 대해 한 몸처럼 조율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 해도 이 같은 정치적 약속으로 인해 공동 대응 논의에서 빠지는 것 자체가 부담인 탓이다. 3국이 공동성명에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중국을 처음으로 명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은 한층 두터워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18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시적인 훈련이 아니라 계획에 의한 연례 정기적인 훈련, 이런 것들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우리 대응 방안"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례적으로 훈련한다는 것은 최소한 1년 전엔 계획을 잡아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필요에 의해 그때그때 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대만해협 등 휘말릴까' 우려에 줄타기 과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우리에게 장밋빛 전망만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가보지 않은 시대를 여는 만큼 우리 외교에 닥칠 과제들도 시계 제로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가령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을 명분으로 대만해협 문제나 남중국해 분쟁 등에 우리가 휘말릴 수 있다. 아울러 고착화하는 한미일 대 북중러 갈등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실제 중국은 한미일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6시간 만인 19일 오전 군용기 42대를 대만해협으로 보내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이날도 서해 북부지역에서 군사훈련을 개시하는 등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양국이 과거사 등 현안을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 준군사동맹'으로 발전할 길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한일 안보협력을 제도화한 이번 회의에 앞서 국내 여론 수렴 과정은 생략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맹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 결속이 될지는 공동 위협이 더 커질지 등 향후 상황에 달렸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다른 관계자도 "법적 강제가 아닌 자발적 의사로 참여하는 것이기에 준동맹 표현은 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3국 협의체의 지속성도 현재로선 다소 불투명하다. 향후 한국과 미국 정권교체 변수 등으로 인해 협력 기조가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당장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3국 협의체가 금이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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