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철두철미' 세종은 '우왕좌왕'
대전-세종 광역급행버스 1001번이 개통한 18일, 양 지역의 시민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대전 시민들은 대체로 만족감을 보인 반면, 인접 세종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종시는 개통 첫날 허술한 대응으로 시민들의 아침 출근길을 혼란스럽게 했다.
실제 이날 이른 아침부터 세종에선 때 아닌 '기점 정류장 변경 논란'이 일며 소동을 빚었다. '집현동 새나루마을 10단지 정류장'이 아닌 '간선급행버스(BRT) 도로 인근 집현동 정류장'이 출발지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탓이다.
오전 7시35분쯤 새나루마을 10단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장씨(34)는 버스기사로부터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장씨는 "승차하려는데 버스기사님이 손으로 엑스(X) 표시를 하면서 '이곳에선 승차할 수 없다'고 했다"며 "BRT 도로 인근 집현동 정류장에서 타야 한다는 말에 황당했다"고 했다.
지난달 세종시가 발표한 노선도를 보면 기점은 '새나루마을 10단지 부근'으로 명확히 표시돼 있었다. 장씨를 비롯한 상당수 승객들은 이곳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으나, 지나치는 버스에 당황해 했다. 일부 승객들은 차고지까지 찾아가 "(새나루마을 10단지 인근에) 버스가 정차하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종시청 홈페이지 민원게시판 '시민의창'에는 이와 관련한 '성토의 장'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1001번 노선 기점변경'과 관련한 찬반 게시글이 수십 건 올라오며 시민들간 또 다른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정상적인 안내가 이뤄졌다면 없었을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온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버스정보시스템(BIS)'도 신설 노선인 '1001번' 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먹통이 됐다.
BIS는 실시간 버스 운행 정보를 제공하는 교통정보 시스템으로, 각 버스에서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등을 통해 획득한 교통 정보를 교통 정보센터로 보내면 이를 가공해 버스 운송 회사, 운전자, 승객에게 알려 주고 정류장에 설치된 디지털 안내판에 표시해 주는 시스템이다. 승객들은 BIS를 통해 버스 승차 시간과 목적지까지의 하차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세종 BIS 시스템에선 개통 첫날 종일 1001번 운행 정보를 볼 수 없었다. 버스에서 만난 김모씨는 "집현동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단말기에 버스 도착 정보가 올라오지 않아 어리둥절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는 대전시 쪽에 직·간접적인 피해로 이어졌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권 버스는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세종 쪽은 버스정보를 파악할 수 없어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기점이었던 집현동 정류장은 개통 첫날까지 공사판으로 방치돼 있어 승객들이 승하차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
버스기사들도 혼란을 겪긴 마찬가지였다. 개통 당일까지 집현동 정류장 공사가 이어진 탓에 기점이 '반곡동 수루배마을'로 안내됐다가, 개통 전날이 돼서야 갑자기 '집현동'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총체적인 세종시 행정의 난맥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대전권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 관계자는 "개통 당일 오전 6시쯤부터 현장에 나와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고 했다.
버스 개통을 알리는 안내 표시도 대전과 세종이 미묘하게 달랐다. 대전시는 대전과 세종을 포함한 모든 정류장이 표시된 노선도를 큼지막하게 인쇄해 정류장마다 부착한 반면, 세종시는 세종지역 정류장만 표시된 식별이 힘든 작은 안내문을 부착해 대조를 이뤘다.
이날 버스에서 만난 양모(51)씨는 "세종시에서 1001번 개통을 알린지 한 달여가 지났는데, 그동안 뭐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 강모(24)씨는 "세종시는 말만 '미래전략도시'라고 홍보하면서 행정은 시민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같다"며 "시민 만족도는 큰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닌, 사소한 행정의 손길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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