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아내 방화 살해 혐의 남편 '무죄', 이유는?
“정황 증거만으로는 숨진 아내가 스스로 불을 질렀을 가능성도 있다. 아내의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아내는 화재로 사망하기 전까지 생존해 있었고, 아내는 이 사건 이전에도 네 차례에 걸쳐 자신이 불을 질렀다고 119에 신고하는 등 방화한 전력이 있다.”
부부싸움 끝에 아내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만든 후 집에 불을 질러 아내를 숨지게 한 60대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현복 수원지법 여주지원장은 지난 17일 아내와 몸싸움하다가 아내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하고, 집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를 받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이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살인죄보다도 형이 무겁다.
검찰은 A씨가 범행을 통해 2억원의 보험금 취득하고자 했을 가능성과 피해자인 아내 B씨의 외도, B씨의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가족 간 불화, A씨 첫 번째 아내가 실종돼 아직 행방을 알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B씨가 목 골절상을 입고 당시 만취 상태에서 스스로 거실에 방화 후 화장실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또 A씨가 부부싸움 후 주택 밖으로 나와 개 목줄을 풀어주고 차량을 이동시키는 행위는 화재를 대비한 것이라 판단했다.
A씨가 불상의 물체를 끌고 집에 다시 진입한 후 주택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2분이 지난 후에나 화재 신고를 한 점, 아내 사망을 확인한 상태에서 아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점 등 정황상 A씨가 방화 살해를 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1심 공판 내내 A씨는 혐의를 부인했고, 방화 살해를 했다는 혐의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며, ‘유죄 가능성’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숨진 아내는 2018년 4월 술에 취해 방화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는 점에서 아내가 술에 취해 불을 질렀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사건 당일 지인에게 “나 죽으면 부의금으로 언니한테 가장 많이 받고 싶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기도 한 점을 무죄 판결 이유다.
여기에 개의 목줄을 풀어주거나 아내에게 전화한 행위는 실제로 피해자가 불을 지르는 것인지 확인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A씨가 불상의 물체를 가지고 집에 들어갔다는 게 인화성 물질이라는 간접정황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충분하지 못하고, A씨가 인화성 물질을 뿌린 뒤 10분이 지나서야 연기가 발생하고 16분이 지나서야 불길이 거세지는 상황이 통상적이지 못하게 느리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유진동 기자 jdy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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