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공조 새 지평… 내년 상반기 서울정상회의 추진

김미경 2023. 8. 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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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로렐 로지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첫 한미일 단독 정상회의가 한미일 3각 공조를 국제적 외교·안보협의체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제안대로 2차 한미일 정상회의가 내년 상반기 서울에서 개최된다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입지를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0일 새벽 1박 4일 간의 빡빡한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SNS에 "저는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자평하면서 "다음 한미일 정상회의에 두 정상을 한국에서 모시길 바란다"고 2차 한미일 정상회의 서울 개최 의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함께 3국 협력관계에 지속가능성을 부여하는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한미일 공동성명),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가지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미일 협력 방향과 비전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결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반대 등 안보와 △질서 있는 금융시장 촉진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 관행 △핵심·신흥기술의 개발·이용 표준 관행과 규범 모색 △기후변화 대응 협력 등 공동의 원칙을 설정했다.

한미일의 포괄적 협력 방안을 구체화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서는 △한미일 정상회담 연례화 △한미일 정상 간 직통전화 개설 △고위급 협의회 신설 및 연례화 △한미일 3국연합훈련 추진 △반도체, 배터리 등 공급망 강화 등 실행계획을 담았다. 공동의 이익·안보에 대한 위협에는 공동대응한다는 합의인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은 3국의 안보위기가 발생할 경우 3국이 함께 협의한다는 정치적 선언이다. 강제조항이나 의무규정은 아니지만 3국 중 협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정보 공유 및 대응 모색을 함께 한다는 선언적 조항이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안보 측면에서 4월의 '워싱턴 선언'과 한미 간 '핵협의그룹' 구성으로 북핵 위협에 대응구조를 갖췄다면, 이번 정상회의에서 안보 전선을 더 강하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경제 측면에서는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의 GDP가 전세계 GDP(105조달러)의 3분의 1인 33조달러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경제블럭과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 경쟁력을 갖게 된다.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의 원천기술과 생산력 등을 가진 3국의 연대를 통한 시너지는 매우 크다"고 평했다.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버팀목을 만든 것이다.

한미일 3국이 단순히 안보, 경제, 국제현안 등에 힘을 모으는 단계를 넘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안보위기에 공동대응하기로 해 사실상 안보동맹에 준하는 외교·안보협의체로서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 미 주도의 다자 외교·안보 협의체는 미국·인도·일본·오스트레일리아가 참여하는 쿼드(QUAD), 미국·영국·호주로 구성된 오커스(AUKUS) 등이 운영 중이다.

한미일 협의체는 '신냉전'이라 일컬어지는 북·중·러 결속에 직접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다자 협력체라는 점에서 뚜렷한 독립성을 가질 뿐 아니라 국제적 중심 역할을 기대할 정도의 성장 잠재력도 갖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2차 한미일 정상회의가 내년 상반기 중 서울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미일 정상회의의 초석이었던 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렸고, 1차 정상회의 개최지가 미국이었으니 순서상 서울 개최 명분이 크다. 또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가장 인접한 서울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것만으로 북·중·러를 향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중국은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인 지난 19일 대만 주변 해역·공역에서 해군·공군 합동 순찰과 대규모 실전 훈련을 실시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의 대한 해협 위협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한미일 정상회의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미동맹 70주년인 올해 열린 캠프 데이비드 회담은 한미동맹 체제를 한미일 집단안보체제로 전환하고, 3국 협력을 아주 견고하게 강화하는 첫발이 됐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십년 간 안보를 한미동맹에만 비중을 뒀는데 이번 회의를 통해 한미동맹을 더 강화하고, 일본 등 다른 국가와도 연합해 안보를 확장했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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