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썼는데 아무도 모르는 ‘박원순 공중길’...되살릴 묘안은
오세훈, 을지로 ‘비즈니스 축’ 구상 본격화
주말에도 시민찾는 일본 ‘오테마치 모리’처럼
용적률은 두배로, 건페율은 낮춰 녹지 2배 확보
잼버리 스카프를 두른 외국인들과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 도심을 누비던 17일 오후,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시작 지점인 진양상가에서 만난 꽃집 주인 A씨는 “공중보행로를 오가는 사람은 꽃을 배달하는 상가 상인들과 오래된 고물 음향장비를 고치러 온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복작복작한 ‘힙지로’의 인기가 무색하게 보행로를 오가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보행로에 머무른 한 시간 동안 외국인 관광객은 만나지 못했다. PJ호텔 인근에는 ‘레트로’컨셉을 입힌 카페가 많았지만, 외부 스피커로 틀어놓은 K팝이 무색하게 내부에는 사람이 없어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연출됐다.
저녁 약속에 일찍 도착해 잠시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찾은 대학생 B씨는 “사람이 별로 없어 나만 아는 히든 플레이스같다”며 “길 바깥 쪽이 철제 기둥으로 군데군데 막혀있어 답답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충무로역에서 종묘까지, 진양상가에서 세운상가를 잇는 1km 남짓의 공중보행로는 지난해 7월 개통됐다. 해당 구간에 소재한 7개 건물에는 원래 3층 높이에 인공 데크가 존재했는데, 각 건물 사이를 보행교로 이어 보행자의 통행을 편하게 하는 한편 청계천 등을 보행로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취지였다. 고 박원순 전임 시장 시절 시작된 이 사업은 사업비만 총 100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비싼 돈을 들여 조성했지만, 보행로 이용률은 낮다. 지난 7월 서울시의 공중보행로 ‘보행량 현황 조사’에 따르면 충무로와 인접한 인현상가와 진양상가 동측 보행로를 이용하는 사람 수는 하루 647명에 불과, 보행로 공사를 하기 전과 비교해 보행자 수가 오히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박 전 시장이 주도한 ‘도시재생’의 상징으로, 오세훈 시장이취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개혁을 꾀하는 공간 중 하나다.
2021년 취임 직후 공중보행로를 찾아 “피눈물이 난다”고 말했던 오 시장은 지난해 4월 세운재정비촉진기구를 찾아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했다. 기존 건축규제를 과감히 풀어 민간 재개발을 집중 추진하고, 그 대가로 얻는 공공기여로 공원과 녹지를 조성한다는게 핵심 내용이다. 이를 통해 서울 도심의 녹지율을 15%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오 시장의 서울 대개조론은 지난 6월 방문한 일본 도쿄 치요다구 마루노우치, 오테마치 인근에서 엿볼 수 있다.
해당 지역은 양측에 늘어선 고층 건물들 사이로 1300㎡ 규모의 숲(오테마치 모리)이 조성돼있는 형태다. 오피스 건물들이지만 일요일에도 이 정원을 찾아 도심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활용하는 공간이 됐다. 이 공원을 둘러싼 건물들은 이처럼 저층부를 공개공지로 내주는 대신 용적률 100%를 추가로 받았고, 1500%에 달하는 용적률을 반영한 높이로 지어져있다.
세운상가 재개발 중에서도 을지로를 중심으로 마련되는 ‘비즈니스 축’이 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현재 재개발 추진 중인 3구역의 경우 기존 용적률을 874%에서 1501%로 올리고, 높이를 87m에서 199m로 완화하는 대신 건폐율을 줄여 지상의 녹지를 2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물 1~4층 정도의 저층 공간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개방형 녹지와 건물내 개방공간, 벤처기업의 업무공간으로 조성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로 지어진 고층 건물의 상단부는 주로 신산업 분야 등 대기업들이 입주하는 ‘프라임 오피스’로서의 역할을 하는 게 이상적인 구상”이라고 밝혔다.
을지로 일대 재개발이 완료될 경우 높이 200m에 달하는 고층 건물이 최소 10개 이상 늘어선 마천루 밀집지역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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