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에 달 향하던 러시아 ‘루나-25호’, 달 추락 후 파괴(종합)

러시아 달 탐사선 루나-25를 실은 소유스 2.1v 로켓이 11일(현지 시각)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5천550㎞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러시아가 달 탐사에 나서는 것은 구소련 시절인 지난 1976년 이후 47년 만이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제공

러시아가 반세기만에 다시 시동을 건 달 탐사 프로젝트의 첫 번째 발걸음이 실패로 끝났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은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가 달 남극을 조사하기 위해 쏘아올린 무인 달탐사선 ‘루나-25호’가 달 표면에 추락해 완전히 파괴됐다고 20일(현지 시각) 밝혔다.

로스코스모스는 “초동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계산된 수치와 실제 충격량 변수 간의 편차 때문에 루나-25 우주선이 계산되지 않은 궤도로 진입했고, 달 표면에 충돌한 결과 소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오전 극동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루나-25호는 당초 21일 달 남극 표면의 보구슬라우스키 분화구 북쪽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이후 1년간 달 내부 구조 연구와 물을 포함한 자원 탐사 등 임무를 수행하기로 돼있었다.

이번 실패는 지난 19일부터 전조 증상을 보였다. 당시 로스코스모스는 달 착륙을 이틀 남긴 상황에서 루나-25호에 이상이 발생했다면서 “궤도 진입 명령을 내렸으나 작업 중 탐사선에 비상 상황이 발생해 정해진 조건대로 기동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달 탐사를 시도한 것은 옛 소련 시절인 지난 1976년 이후 47년 만이다. 루나-25호라는 이름은 당시 달로 가서 약 170g의 달 샘플을 지구로 전달하는 데 성공한 루나-24호의 이름을 가져왔다. 루나-24호는 성공을 거뒀지만 이후 구 소련이 몰락하는 것을 비롯해 여러 금전적 어려움이 닥치면서 달 탐사 임무가 모두 중단됐다.

이번 달 탐사는 미국, 중국, 인도 등 다른 국가들이 달의 새로운 잠재력에 주목해 잇따라 도전장을 던지는 가운데 시작됐다. 오는 23일에는 지난달 14일 인도가 발사한 무인 탐사선 ‘찬드라얀-3호’도 달 남극 지역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만약 찬드라얀 3호가 착륙에 성공한다면 역사상 최초로 달 남극에 발을 딛은 달 탐사선이 된다.

우주 강대국들이 달 남극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원 때문이다. 달 남극에는 물이 얼은 상태로 존재한다 알려져 있는데 이 물을 이용하면 식수, 산소, 수소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다. 특히 수소는 로켓 연료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달 남극에 우주 기지를 건설한다면 화성과 같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임무의 난이도가 크게 낮아진다.

이에 미국과 중국도 조만간 이 지역에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중국은 2024년 달 남극을 탐사하는 ‘창어’ 6, 7호를 발사하기로 했다. 미국은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Artemis) 임무를 통해 2025년 우주비행사들을 달의 남극에 착륙시켜 탐사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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