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사실상 ‘군사동맹’ 선언…격랑 한복판에 선 한반도

김미나 2023. 8. 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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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미-일 정상회의]북·중 견제 정례적 ‘군사훈련’ 약속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EPA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난 18일(현지시각)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로 사실상 3국 군사동맹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국 정상은 회의 뒤 발표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과 ‘캠프 데이비드 원칙’, ‘3국 협의에 대한 공약’을 통해 △협력의 다층적 제도화 △대중 견제 공조 △대북 방어 협력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 제재 공조 △공급망 정보 공유 등 군사적·경제적 협력 의지를 밝혔다. 특히 대중·대북 견제 목적인 “정례적 연합훈련” 등 ‘군사동맹’ 수준의 협력 약속이 핵심으로 꼽힌다. 북·중·러 또한 밀착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돼, 동북아 전략 지형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1박4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20일,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의를 “인태(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을 바꾼 8시간”이라고 자평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연합뉴스티브이(TV) 인터뷰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는 인태 지역의 핵심적인 포괄적 협의체로서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문서를 통해 세 나라가 상호 관계를 국제사회에 공식 천명한 게 이번이 처음으로서 매우 의미가 크다”며 “안보 면에서 볼 때 3국 회의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력을 갖췄는데, 안보 구도, 안보 전선을 더 강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안보와 경제, 첨단 기술, 공급망 분야에서 대중국 견제 의지를 강하게 천명한 것을 부각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문건에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며 최초로 중국을 명시했다. 안보·경제를 포함한 포괄적 협력체로서, 오커스(AUKUS: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 동맹), 쿼드(QUAD: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안보협의체) 등 소다자주의 형태로 쌓여 있던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한 겹 더 쌓은 셈이다.

반면 한국은 대북 압박책인 ‘한·미·일 연합훈련 정례화’를 약속받은 것 등에 의미를 두고 있다. 3국 정상이 문건에 북한 인권 문제와 국군포로 등을 언급한 것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상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에 채택된 ‘협의에 대한 공약’에 “우리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3자 차원에서 서로 신속하게 협의하도록 할 것”이라며 군사적 공동 대응으로 발전할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일본과의 동맹 관계로 방향타를 잡았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한·미·일 정상회의 채택 문건 3건 주요 내용

특히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해당 문건에 “의무”(duty)를 명기하려는 노력을 해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추후 동맹 수준의 방위 의무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에 “연례 군사훈련에 공식 서명하는 것은 3국이 그렇게 부르지 않을지라도, 새로운 3국 간 군사동맹(a new trilateral military alliance)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다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동맹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동맹은 선언적인 것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가져야 하고, 조약을 맺어야 하는 것이기에 현재로선 아닌 것 같다”며 “준동맹 표현은 과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집권 뒤 거듭 강조해온 ‘가치 연대’ 기조의 결정판으로서 자평하고 있다. 북·중·러와의 대결 구도에 앞장서는 모양새가 되면서, 윤석열 정부로서는 한-중 관계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나갈지가 막중한 과제가 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필요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받는 명분으로 삼으려고 할 것”이라며 “한·미·일 대 북·중·러 간에 타협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어졌다”고 짚었다.

내년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귀국 뒤 에스엔에스(SNS)에 글을 올려서 “다음 3국 정상회의를 주최하기를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난 5월 히로시마에서, 이번에 워싱턴에서 만났으니 내년 한국에서 만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특별히 반대는 없었고 (시점은) 논의를 시작해야 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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