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만의 도전 실패, 체면 구긴 러…탐사선 루나25호 달 추락

러시아 당국 "계산 틀려 예정된 궤도서 이탈 뒤 달과 충돌"
전통 우주강국 체면 구겨…사흘 뒤 인도 도전결과 주목
심우주 향한 교두보, 달 자원탐사 놓고 미·중 경쟁 치열

러시아 달 탐사선 '루나-25'가 17일 촬영한 달 뒷면의 모습. 러시아가 달 탐사에 나선 것은 옛 소련 시절인 지난 1976년 이후 47년 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달 탐사선 루나-25를 실은 소유스 2.1v 로켓이 1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5550㎞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러시아가 달 탐사에 나서는 것은 구소련 시절인 지난 1976년 이후 47년 만이다. [로스코스모스 제공 동영상 캡처, 보스토치니[러시아] AP=연합뉴스]

전통적인 우주강국으로 꼽히던 러시아가 체면을 구겼다. 반세기만에 야심 차게 도전에 나선 달 탐사 시도가 결국 실패로 막을 내리면서다.

20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달의 남극을 조사하기 위해 떠난 무인 달탐사선 '루나 25호'(루나-25)가 달 표면에 추락해 완전히 파괴됐다고 밝혔다.

로스코스모스는 "초동 분석 결과 계산된 수치와 실제 충격량 변수 간의 편차로 인해 루나-25 우주선이 계산되지 않은 궤도로 진입했다"며 "달 표면에 충돌한 결과 소멸했다"고 밝혔다.

전날 로스코스모스는 "달 착륙을 이틀 남긴 상황에서 루나-25에 이상이 발생했다"면서 "궤도 진입 명령을 내렸으나 작업 중 탐사선에 비상 상황이 발생해 정해진 조건대로 기동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루나-25는 지난 11일 오전 극동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다. 21일에는 달 남극 보구슬라우스키 분화구 북쪽에 착륙, 1년간 달 내부 구조 연구와 자원 탐사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러시아의 달 탐사 도전은 미국과 중국, 인도 등 다른 국가들이 달의 새로운 잠재력에 주목, 잇따라 도전장을 던지는 가운데 시작됐다. 러시아가 달 탐사에 나선 건 옛 소련 시절인 지난 1976년 이후 47년 만이다.

지난달 14일 인도가 발사한 무인 탐사선 '찬드라얀 3호'도 사흘 뒤인 23일 달 남극 지역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찬드라얀 3호가 착륙에 성공하면 달 남극 지역에 인류의 손길이 닿는 첫 이정표가 세워진다.

지난 1957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등 우주 강국을 자부해온 러시아에겐 이런 모양새가 체면을 구기는 달갑지 않은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달의 남극은 다량의 물이 얼음 상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커서 인류의 심(深)우주 진출에 있어 교두보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물이 있다면 식수와 산소, 로켓 연료로 쓸 수 있는 수소의 현지 조달이 가능해져 화성과 태양계 외행성 유인 탐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미국과 중국도 조만간 이 지역에 탐사선을 보낸다. 중국은 오는 2024년 달 남극을 탐사하는 '창어' 6, 7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미국은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통해 2025년 우주비행사들을 달 남극에 착륙시켜 탐사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