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3국관계 새 지평] "한미일 안보·경제협력 사실상 준동맹… 지속가능성이 과제"

김미경 2023. 8. 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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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3국 정상회의 평가
법적효력 없고 자발적 협력
대통령실 "동맹표현은 부담"
한일역사·정치 등 난제 여전
"집단안보체계 기준 마련해야"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오솔길을 함께 걸어 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 3국 간 외교·안보·경제 협의체를 도출한 한미일 정상회의가 그동안 한미·미일 양자동맹에 의존해온 동북아 안보체제를 집단안보체제로 전환하는 시스템적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미일 간의 결속 강화는 북·중·러 대 한·미·일 대결구도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는 최대 전략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미일 정상회의가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며 "이번 회의의 역사적·상징적 의미를 되짚어보면 과거 한미일 회동이 없던 것이 아니지만 3국 정상이 따로 모여 정상회의를 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또 문서를 통해 세 나라가 상호 관계를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한미일은 물론 유럽 등 각국의 주요 외신들이 이번 회의를 두고 '한미일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안보 협력이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었다'는 매우 호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동안 안보를 확보하고, 경제를 성장·발전시키면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 늘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어느덧 돌아보니 우리가 세상의 맨 앞에 서서 미국, 일본 같은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세계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국가적 성취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지만 또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책임감도 느껴야 되는 시대에 들어왔다"고 자평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의로 한미일 3국이 사실상 '준동맹' 수준의 협력을 추진한다는 외부 평가와 관련해 "동맹이라는 것은 선언적인 것이 아니라 법적인 구속력을 가져야 되고, 상호 간에 조약을 맺어서 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며 "(3국의 안보협약은) 법적인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의사로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준동맹'이라는 표현은 조금 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법적 효력을 갖는 '동맹'에 가깝다는 해석에 부담을 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정상회의의 결과물인 '캠프 데이비드 원칙·정신·공약'을 두고 '준동맹'으로 가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 세계 GDP의 3분의 1에 달하는 한미일이 뭉쳤다는 것은 작은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북중러에 대항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체제로서 한미일이 준군사동맹이나 다자안보협력체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과 역사 문제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일이 군사동맹으로 가는 것에 비판이 있을 수 있는데, 지금 한국과 일본은 협력보다 높은 단계인 연합 관계라 할 수 있다"며 "우리가 현재 처한 안보위기 상황에서 현실적인 안보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인지, 아니면 일본과 역사 문제를 해결하는게 급선무인지를 살펴야 한다. 2가지를 동시에 갈 수 있으면 좋지만 그럴 수 없으니 우선순위를 정하고 점진적으로 (역사문제 해결을) 노력하는 방향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협약 내용을 보면 안보 위기 발생시 의무적으로 개입하도록 한 것은 아니라 동맹의 개념으로 보기가 힘들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문제가 남아 있어 동맹을 맺기기 힘들다"면서 "그러나 협의의 틀을 갖추고 한미-미일 동맹의 연속성에서 보일 수 있는 3자 협의 공약을 맺은 것은 준동맹 효과를 볼 수 있다. 준동맹적 상징을 갖는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미일 3각 공조가 한미일 판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라는 평도 있으나 아직은 의욕과 비전만 강한 상태"라며 "앞으로 한미일 협의체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운영될지에 달려 있다. 사실상의 군사동맹으로 갈 수 있느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기적인 숙제"라고 분석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한미일 간 외교·안보협의체가 안착하려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의 정치상황을 고려할 때 정권 교체 이후까지 장담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정치환경이 다르다. 최근 수십년 간 정권교체가 없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정권교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정권이 바뀌면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는 항상 원점으로 되돌아갔다"며 "정권이 바뀐다면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정권이 바뀌더라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한미일 연합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우리에게도 중요한 이야기"라며 "협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관계를 구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1년에 한 번씩 정상이 만나고, 고위급 접촉도 신설했으니 어떻게 잘 유지하는지 그런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에 명시된 것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면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만약 향후 한일 관계가 어그러진다면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 협약에 따라 미국이 공통분모 역할을 하면서 개입할 근거를 만들었으니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미경·임재섭·한기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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