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새 안보 채널… 군사협력 결속력 ‘쿼드’ 뛰어넘는다 [한·미·일 신협력체제 출범]

이현미 2023. 8. 2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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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자 공약’ 성격·내용
3國 중 안보 위협 땐 공조 협의 명문화
의무 아닌 약속… 각국 개입 ‘자유’ 강조
핫라인 구축·3국 군사훈련 정례화
조태용 “체계적 대북훈련… 압박 강화”
한·일관계 따라 ‘아시아판 나토’ 가능성
野 “사실상 일본과 준군사동맹” 비판

한·미·일은 18일(현지시간) 캠프데이비드 회동을 통해 그간의 비정기적 대북 공조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내 현안에 3국이 공동 대응하는 새 안보 채널을 열었다.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이지만 양국 과거사 갈등이 한·미·일 3국 간 안보 공조를 어렵게 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한·미·일 안보협의체는 ‘의무’가 아닌 ‘약속’으로 결성됐지만, 안보 위협 시 공조 협의를 명문화하며 결속력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군사조약(Treaty)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안보협정(Agreement)인 미국, 호주, 영국의 ‘오커스(AUKUS)’보다는 성격이 약하지만 미국, 호주, 일본, 인도의 협의 기구인 ‘쿼드(Quad)’보다는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일 정상 ‘노타이 오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캠프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세 번째)와 노타이 차림으로 오찬을 하고 있다. 캠프데이비드=뉴시스
한·미·일 정상은 정상회의 결과로 별도 발표한 ‘3국 협의에 대한 공약’에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일본국 정상은 우리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3자 차원에서 서로 신속하게 협의하도록 할 것을 공약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공약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미·일 상호협력 및 안전보장조약에서 비롯되는 공약들을 대체하거나 침해하지 않는다”며 “국제법 또는 국내법하에서 권리 또는 의무를 창설하는 것을 의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약속은 동맹과는 거리가 있다. 동맹 간에는 외국의 침략을 받았을 때 군사적으로 서로 도울 것을 약속하는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다. 한·미는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미·일은 1951년 미일안전보장조약을 체결했다.

반면 한·미·일의 3자 공약은 ‘도발이 각자의 이익에 직결된다고 생각할 때’라는 조건을 달며 각국의 개입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위기 시 협의를 강조한 점에서 나토 헌장의 4조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토 헌장 4조는 ‘당사국들은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에 있어 위협을 받고 있다는 특정 당사국의 의견이 있을 경우 함께 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나토는 평시에 미 전술핵을 핵 비보유국에 배치해 놓았다가 전시에 회원국의 전투기, 폭격기 등을 이용해 공동으로 핵 공격을 하는 ‘핵공유’를 도입하며 강력한 안보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오커스도 군사 및 과학기술 공유 등 군사협력에 구속력을 부여하고 있어 한·미·일 체제보다는 강하다는 평이다. 미국은 오커스 체결 이후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다만 한·미·일 안보협의체는 구체적인 군사협력 조처로 핫라인 구축,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3국 군사훈련 정례화 등을 명시하며 쿼드를 능가한다는 평이 나온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20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한·미·일 안보협의체는 인태 지역의 지정학을 바꾸는 일대 사건”이라며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 한·미·일 간 연합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그간 한·미·일 간의 미사일 방어 훈련과 대잠수함 훈련, 재난 구조 훈련 등은 불규칙하게 진행됐는데 이제는 북한에 대한 연합훈련을 체계적으로 하기로 했다”며 “(다개년 계획 등) 체계화, 조직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가 훨씬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3국 정상은 미국의 인태 전략과 대중국 견제 정책에 동조하며 이번 공동성명 등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쿼드는 2007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중국의 부상에 대항할 경제·군사적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비공식적 전략 안보 대화 모임으로 격상됐지만 미국, 호주, 일본, 인도 4개국 모두 정권교체를 겪으며 중단됐다가 2017년 재개됐다. 특히 인도가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며 민감한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한·미·일 안보협의체는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아 실효성과 영향력이 아직 미지수지만 추후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한·미·일 작전계획(OPLAN)을 체결하는 등 한·일 관계 개선 여부에 따라 아시아판 나토로 격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실상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일본을 포함한 3국 안보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안보공동체 참여로 국민 부담이 늘고, 심지어 일본 위기 발생 시 우리나라 군사력을 동원해야 하는 등 우리 군의 ‘전략적 자율성’이 훼손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조 실장은 ‘준동맹’ 지적에 대해 “우리가 이번에 한 것은 법적 구속력과 의무가 있는 동맹이 아니라 약속”이라며 “예를 들어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지만 그 어느 나라도 자기 나라 군대를 파견한 곳은 없다. 우크라이나와 동맹을 맺은 나라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표현을 하자면 정치적 약속”이라고 덧붙였다.

캠프데이비드=이현미 기자, 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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