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디지털지갑이 만들 기회 선점하려면

진승헌 ETRI 암호인증기반기술연구실 책임연구원

디지털 전환은 우리 삶의 많은 영역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한 예로 디지털지갑이 등장해 현대인들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오프라인에서 물건값을 결제하고 모바일 신분증을 이용해 본인확인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지갑은 전통적인 현금과 카드 결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통화 방식과 미래의 새로운 신분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지갑 시장은 현재 국내외 많은 기업이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디지털지갑의 가장 큰 강점은 강력한 편의성이다. 소비자들은 더는 현금을 들고 다니거나 번거로운 카드 결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결제를 할 수 다. 신분증이나 회원증 등을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어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또한, 디지털지갑은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취향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으며 이에 맞춰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즉, 디지털지갑이 기존의 지갑과 다른 역할은 '보관'을 넘어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이 국내외 기업들이 디지털지갑에 관심과 투자를 집중하는 이유일 것이다.

디지털지갑의 미래에는 더욱 발전된 기술과 서비스가 기대된다. 이미 암호화폐가 디지털지갑의 형태로 거래되고 있으며 이러한 트렌드는 가상자산의 증가와 함께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지갑은 생체인식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지문, 홍채, 얼굴 인식 등을 통해 더욱 강화된 보안 시스템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사기나 도난 등 위험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지털지갑은 개인정보유통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투명하게 관리 및 유통하고 이에 대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디지털지갑은 인공지능 기술과 융합되면서 나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디지털 비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디지털지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점을 크게 3가지(3S)로 정리해보았다.

첫째는 표준화(Standard)이다. 디지털지갑에는 공공 및 민간기관에서 발급한 신분증, 자격증 등과 금융 및 개인정보 등을 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정보들이 발급돼 담기고 유통하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돼야 한다. 특히, 이러한 정보가 융합·분석되기 위해서는 정보를 표현하는 형식과 의미에 대한 약속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신원 지갑 아키텍처 및 프레임워크나 W3C(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의 유니버설 월렛 표준 추진 등이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보안(Security) 강화이다. 디지털지갑에 담기는 개인정보와 금융정보 등은 사용자에게 무척 중요한 정보다. 이러한 가치 있는 정보가 해커의 표적이 되는 것은 자명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다중인증, 상호인증 등과 같은 보안 강화가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지갑의 정보를 안전하게 이용하는 데 필요한 속성정보만 골라서 제출할 수 있는 선택적 공개 등과 같은 프라이버시 강화가 필요하다.

셋째는 선택적(Self-Selection) 도입이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수하고 편리한 서비스라도 일방적으로 이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기술을 보급하는 데도 적절하지 않을뿐더러 사용자들의 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 EU에서도 각 회원국은 디지털신원지갑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용은 사용자의 선택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부분은 공공 영역에 도입할 때에 더욱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디지털지갑은 향후 더욱 다양하고 안정적인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디지털지갑이 만들어 낼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3S(표준화, 보안강화, 선택적 도입)에 대한 선제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