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밀착에... 시진핑은 남아공行,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
한·미·일이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군사·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하자 중국은 유럽과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대(對)중국 포위망을 좁히는 상황에 중국은 유럽에 ‘중립’을 요구하는 한편 개발도상국과 협력을 강화해 활로를 찾겠다는 취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1∼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제15차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국)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한다. 올해 러시아 방문에 이어 국내에만 머물며 내정을 챙긴 시진핑의 두 번째 해외 방문이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남반구 개발도상국)’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의 일인자가 직접 움직이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를 미국 중심 세계 질서를 다극(多極) 체제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번 회의의 주요 주제 중 하나가 회원국 확대인데, 중국은 자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을 새 회원국으로 최대한 많이 영입해 위안화 국제화와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프로젝트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계산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브릭스 창설국인) 인도는 중국의 의도를 의식해 브릭스 신규 가입 요건을 엄격히 하려고 하지만, 중국은 문호를 대폭 개방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미 남미의 대표적 반미(反美) 국가인 베네수엘라가 지난 1일 브릭스 가입 의사를 밝혔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외연이 확대된 ‘브릭스 플러스’를 통해 국제사회 세력 균형을 촉진해야 하고, 베네수엘라가 이를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베네수엘라는 북한·쿠바·시리아·이란과 함께 미국 정부가 지정한 ‘대(對)테러 비(非)협력국’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도 가입을 신청했다. 만약 브릭스가 이들 국가를 회원국으로 흡수하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국(G7)에 도전 가능한 막강한 세력이 탄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동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인권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으며 급속도로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고, 이란은 중국 중재로 사우디와 관계를 정상화했다. 이들 국가 외에도 튀르키에,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이집트, 알제리, 멕시코 등 22국이 공식적으로 브릭스 가입을 신청했다. 브릭스 가입은 기존 5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시진핑은 이번 남아공 방문 기간에 중국·아프리카 정상회담도 따로 주재하며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우호를 과시할 계획이다. 중국은 2017년부터 작년까지 아프리카에 생산 시설이나 법인을 직접 설립하는 100조원 규모의 ‘그린필드 투자’를 했고, 최근에는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유럽에도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1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부 장관과 한 통화에서 “중국의 대(對)유럽 정책은 안정적”이라며 “우리는 늘 유럽을 중요한 한 극(極·축)으로 여겼다”고 했다. 같은 날 왕이는 베이징에서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부 장관과 만나 “중국은 유럽을 전면적인 전략적 파트너로 간주해 왔다”고 했다. 중국과 덴마크는 이날 수자원·식량생산·기후변화 등 분야에서 녹색 협력을 확대하는 ‘녹색 공동 사업 방안(2023∼2026년)’도 내놓았다.
왕이는 지난 6일엔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전화 통화를 갖고 “보렐 대표가 올가을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아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교류를 하고, (중국과 EU 간)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미·중 경쟁에서 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이 중립을 지켜주고 개발도상국들이 중국 편을 들어준다면 균형이 한 쪽으로 쏠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의 이 같은 외교 행보가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7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한 이탈리아는 미국과 밀착하며 ‘일대일로 탈퇴’를 공언했다. 오는 10월에 중국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3차 일대일로 국제 협력 정상 포럼’은 프랑스·독일 등 유럽 정상들의 참석이 불투명하다. 미국은 사우디에 중국과 경제·군사적으로 밀착하지 말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이스라엘과의 정식 수교를 중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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