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공항 무리수

2023. 8. 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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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일 마무리되었다. 4만3000여명의 세계 청소년들은 야영지인 새만금에서 중도에 철수, 기업연수원 및 대학기숙사 등에 머물며 문화체험을 하다가 K팝 콘서트로 행사를 마쳤다.

정부는 폭염과 태풍을 파행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지만 실제로는 부지 선정의 오류와 준비 부족, 운영 미숙 등의 부끄러운 얼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순조롭게 행사가 진행되었다면 몰랐을 일들이 잼버리 파행으로 수면 위로 하나씩 떠오르고 있다.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역시 그중 하나이다. 정부는 새만금 간척지에 총 사업비 8077억원을 투입해 2.5km의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을 건설할 예정이다. 공항은 2028년 완공된다. 조달청은 이를 위해 지난 17일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사업자 모집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다. 국토부와 조달청은 향후 6개월 동안 설계 심의와 입찰가격 평가 등을 통해 사업적격자를 선정하고, 이후 실시설계 등에 대한 심의를 거쳐 최종 계약을 맺게 된다.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은 원칙대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했으면 시작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새만금공항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0.479로 경제성 판단 기준인 1에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전라북도는 2019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공항건설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이 과정에서 잼버리대회 개최도 중요 고려사항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새만금공항에서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군산공항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2년 개항한 군산공항은 이용객이 적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지역공항 중의 하나다. 개항 초기 서울(김포) 노선과 제주 노선을 운영했으나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이후 서울 노선의 수익성이 악화되어 현재 제주 노선만 운영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공항을 건설한다는 것은 정치논리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전라북도에도 국제공항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역균형발전'으로 포장되었다. 언젠가 새만금공항에서 중국이나 일본으로 가는 여객선이 활성화될 수는 있지만 너무 먼 미래의 일이다. 공항은 단지 건설비용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력을 배치하고 지속적으로 시설을 관리·운영해야 한다. 모두 국민의 돈이다.

새만금공항의 건설부지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수많은 어류와 조류 등이 서식하는 수라 갯벌에 건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대부분 갯벌들은 사라졌다. 아직 간척되지 않은 수라 갯벌은 수많은 생명의 서식처다. 주변의 환경파괴에도 약간의 해수 공급으로도 복원력을 보이며 갯벌의 건강함을 찾아가고 있다.

군산(옥구)과 부안에서는 지난 100년간 활발하게 간척사업이 이뤄졌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옥구 간척, 1930년대 김제 광활면 간척, 1964년 부안 계화도 간척은 갯벌을 농업용지로 바꾸려는 노력이었다. 새만금간척 역시 처음에는 농경지 확보가 주된 목적이었다.

하지만 식량자족이 이뤄지면서 간척의 목적이 산업용지 확보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관광·레저 시설과 재생에너지 단지 등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당초 간척의 목적이 사라졌지만 사업을 취소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명분을 바꿔 계속 진행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되고 수많은 동식물이 생존의 위험을 겪고 있다.

정치논리가 잼버리 행사를 어떻게 엉망으로 만들었는지 국민들은 이번에 너무 잘 알게 되었다. 잼버리 파행은 한마디로 정치적, 경제적 목적으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잼버리는 다양한 국가 청소년들의 문화교류 뿐만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보호,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행사이다. 그렇기에 호텔이나 유스호스텔 등 편리한 숙박시설을 놔두고 야영생활을 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목적을 위해 새만금 간척지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어설픈 개발과 자연파괴 장소에 세계의 청소년들을 끌어들인 셈이다. 새만금국제공항의 강행은 잼버리 파행에서 교훈을 얻지 못함을 보여준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 탓이다. 그렇기에 갯벌을 파괴하는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이 타당한지 근원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다큐멘터리 '수라'를 제작한 황윤 감독은 "간척사업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었지만 수라 갯벌은 저어새 등 법정보호종 40~50종이 여전히 서식하고 있는 공간"이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서천 갯벌과 연결되는 배후습지로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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