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대안" "해양 파괴"… 심해 채굴 찬반 논란 [글로벌 리포트]

윤재준 2023. 8. 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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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 2040년 온실가스 제로 달성… 니켈 등 핵심광물 수요 지금의 4배
핵심광물 63억t 매장된 태평양 CCZ, 심해 채굴 두고 기업·환경단체 등 갈등
"中등 일부국가 광물 독점 대응해야… 육상 채굴보다 환경 피해도 적어"
"한번 파괴된 바닷속 복구 어려워, 광물 육지이동 비용 등 수익성 의문"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고 각국이 화석 연료 사용을 점차 줄이고 있는 시기를 맞아 친환경 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오는 2030년이면 세계에서 팔리는 자동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의 14%에서 35%로 증가할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망하고 있다. IEA는 온실가스 '제로(0)' 배출 달성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에 사용되는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2040년까지 앞으로 희유금속이 현재 보다 4배가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에 절대 필요한 코발트와 리튬의 3분의 2를 가공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니켈의 상당량을 중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가공하고 있다.

지난 2022년11월 멕시코 만자니요 앞바다에서 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이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더메탈스컴퍼니의 심해 채굴선 '히든젬' 앞에서 해저 광물 개발을 중단하라는 푯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광물은 언제든지 특정 국가에 의해 무기화될 수 있어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원자재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생산 과정에서 부작용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코발트 주 생산지인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어린이 노동력 착취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고 광산 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림 훼손과 식수원 오염과 같은 환경 피해도 발생해왔다.

그 해결책으로 깊은 바다 밑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는 니켈과 코발트, 희토류 같은 친환경 에너지에 필요한 광물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태평양 CCZ, 친환경용 자원의 보고

해안에서 가까운 바다에서의 채굴은 국제법에 따라 가능하지만 아직 어느 정부도 시작하지 않고 있다.

심해저자원을 관리하며 해저광물 개발 및 탐사를 감독하는 국제해저기구(ISA)의 관할권이 미치는 심해는 육지로부터 320km(200마일), 수심 200m 이상 깊은 곳이 해당된다.

ISA에 따르면 심해 채굴 후보지 중 한 곳인 멕시코와 미국 하와이 사이 태평양 바다 밑 수심 3500~5500m 해저 평원인 클라리온-클리퍼턴 구역(CCZ)이 꼽힌다. 여기에는 코발트와 니켈, 망간, 구리, 희토류, 귀금속 등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필수적인 자원들을 함유하고 있는 감자 모양의 암석인 다금속단괴가 약 210억t 어치가 깔려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면적이 450만㎢인 CCZ에는 니켈 2억7000만t과 망간 60억t, 코발트 4400만t 등 육지 어느 곳보다도 많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광물생산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곳을 탐사해온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더메탈스컴퍼니(TMC)의 제라드 배런 최고경영자(CEO)는 "바다가 금속으로 넘쳐있으며 다금속단괴에는 놀라울 정도로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원료들로 구성돼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CCZ는 가장 심해 자원 탐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전기차용 배터리 등지에 사용될 금속의 채굴 여부를 놓고 논란의 장소가 돼가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국가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다. 나우루는 지난 2021년 ISA에 채굴을 통보하는 한편 이 기구에 2년 안에 관련 규정을 마련하든가 아니면 조건과 상관없이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CCZ뿐만 아니라 인도양 중부의 해저분지, 태평양의 키리바시 주변의 환초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도 심해 채굴 후보지로 관심을 끌고 있다.

아직 단괴 채굴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시작된다면 해저 표면에서 이동하는 기계를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바다 밑바닥을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지나면서 끌어들여 해상으로 올리는 것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심해 로봇이 단괴들을 채취하는 방법도 예상된다.

배런 CEO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동식물이 많은 육지보다는 생명체가 가장 적고 쓸모가 없는 심해에서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니켈을 채굴하는 열대 우림에서는 동물상이 1㎡당 30kg가 서식하고 있는데 반해 심해 평원에는 1㎡당 10g 정도에 불과하며 식물이 없다"고 주장했다.

■찬성론자 "심해채굴로 기후변화 대처"

일부 국가와 기업들은 심해저 자원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남태평양 섬나라들인 나우루와 통가, 쿡 제도는 오히려 심해 채굴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해저 자원 개발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심해 채굴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TMC를 비롯한 바다 자원 개발 찬성론자들은 바다 밑에서 광물을 채굴해야 중국과 러시아 같은 국가의 독점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소국들에게는 새로운 경제 생명줄을 제공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또 바다 밑에서 자원을 채굴하는 것이 육상에 비해 더 환경친화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TMC의 배런 CEO는 시험 중인 자사의 해저 채굴 장비는 인도네시아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니켈이나 코발트 광산 개발을 위해 열대 우림 채벌에 사용되는 기계보다 자연 파괴가 적다고 강조하고 있다.

스위스의 해양건설기업 올시즈의 예로운 하겔슈타인 홍보 이사는 "해저 자원 채굴이 육지에서의 개발에 비해 탄소 배출이 적고 인간에게 미치는 피해도 적다"며 "높은 환경 기준에 맞추면서 생산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또 찬성론자들은 무엇보다도 심해 채굴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높여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TMC는 나우루 정부와 채굴을 합의해놓은 상태다. 배런 CEO는 심해 채굴 중단(모라토리움)을 주장하는 일부 국가들에 대해 이미 탐사 면허를 갖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대론자 "바다속 광물 채굴 환경에 치명적"

반면 환경단체를 비롯해서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에 반대하는 진영은 바다 밑바닥에서 광물을 끌어올리는 것이 해양 환경에 치명적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환경보호주의자들은 한번 파괴된 바닷속은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바다 깊은 곳에 비추는 조명과 개발 과정에서 생기는 소음과 진동이 고래를 비롯한 해양 동물에게 피로를 유발하는 등 피해를 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채굴로 독성 금속이 포함된 침전물이 해양 먹이 사슬을 오염시켜 어업에 크게 의존하는 남태평양 국가들의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바다 밑에서 광물을 채굴해서 육지로 옮기는데 소요될 높은 비용을 감안하면 수익성도 떨어질 것이라며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환경변호사이자 심해보존연합 고문인 덩컨 커리는 심해 채굴이 육지에서의 생산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심해 채굴이 허용된다고 해도 지상의 광산들이 모두 닫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해양정책 전문가 제시카 배틀은 심해 채굴에 대해 "필요가 없는데도 시작될 산업"이라고 우려했다.

해양학계에서는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 후보지로 거론되는 태평양 바다 밑의 단괴에 붙어 서식하는 해양 생물의 약 90%가 최근에 발견된 것들이라며 이곳은 절대로 생태학 불모지가 아니라며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영국 자연역사박물관은 올해 초 바다 밑으로 로봇을 보내 탐사를 한 결과 광물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단괴에 상당수의 해양 생물들이 붙어 있는 것이 포착됐으며 심해에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약 8000개종이 추가로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태평양 CCZ에서 수집한 해양 생물들을 조사한 결과 5578개종 중 88~92%가 새로운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뿜어져 나올 바다 밑바닥의 침전물이 직경 수백 km 이내의 생태계를 파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연역사박물관 연구원 에이드리언 글로버는 해양 무척추 동물들에는 항암과 항바이러스, 항진균 약품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합물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어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환경피해 경고가 나오자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바다에서 채굴된 금속으로 만든 배터리를 전기차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해놓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끝난 28차 국제해저기구 회의에서는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로 생길 수 있는 환경 피해 평가 절차 등 주요 문제를 놓고 합의 도출을 하지 못함에 따라 앞으로 채굴 실태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상업용 채굴을 허용하는 데 합의를 못했으며 해양 환경 보호 문제는 내년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AP통신은 그럼에도 법적인 허점이 있다며 개발업체들이 내년부터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WB, 배터리와 희토류 등 재활용 필요

지난 2020년 세계은행(WB)의 한 보고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세기에 리튬과 코발트, 흑연을 포함한 배터리 제조에 핵심인 금속 생산이 약 500% 더 증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광물 채굴 외에 수리와 보완, 재사용 등을 통해 청정 기술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WB는 보고서에서 전기차를 움직일 정도의 충전 능력이 다 소모된 배터리를 전력 저장용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풍력발전기 속에 들어있는 희토류를 재생 사용하는 신기술이 요구되며 그 이전에 폐가전 재생 시설 구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역시 심해저 자원개발에 반대하고 있는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자동차 이용을 줄이는 것과 함께 재생 기술 향상에 주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코발트 성분이 없고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용을 늘리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지난 2021년부터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모델3와 모델Y에 이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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