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과학고 자퇴 백강현군 아버지 “괴롭힘에 27kg였던 체중 반년 만에 22kg”
학교 신고 후 학교측 사건화 만류
자퇴 영상 올리자 협박 메일 받아”
만 10세가 된 올해 3월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에 입학해 화제를 모았던 백강현군(11)이 한 학기만에 자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군은 서울과학고 내에서 동급생들로부터 지속적인 언어폭력 피해를 보았고 견디다 못해 그만뒀다고 백군의 아버지 백동기씨(63)가 20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백씨는 학교폭력 사실을 알게 된 뒤 학교 측에 알렸지만 학교가 사건화를 만류했다고도 말했다.
앞서 백강현군은 지난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려 “8월18일 서울과학고를 자퇴했다”고 밝혔다. 백군은 “아버지에게 학교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며 “좋아하는 작곡도 하고 보드게임도 만들고 태권도 학원도 다니며 수능준비 열심히 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다음날인 20일 백군의 아버지 백동기씨는 같은 유튜브 채널에 ‘백강현과 관련하여 치가 떨리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게시했다. 백씨는 자퇴를 알린 지 하루 만에 같은 학교 ‘선배맘’에게 근거 없는 비방과 협박 메일을 받았다면서 서울과학고 내에서 백군이 당했던 학교 폭력을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언제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겪었나.
“강현이가 워낙 어린 나이에 서울과학고에 입학했다. (동급생) 형들과 비교하면 6살 차이가 났고, 체격 차이도 컸다. 나이가 어리니까 지식도 부족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강현이를 신기하게 보다가 중간고사를 치른 뒤인 5월 이후부터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괴롭혔나.
“아이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만들었다. ‘너 같은 놈이 여기 서울과학고에 온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거다’ 이런 얘기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한다. 특히 서울과학고는 조별과제, 조별발표 등이 많은데 강현이가 있는 곳에서 ‘저놈이 우리 조에 속하면 망한 조다’ ‘(강현이가) 들어오면 한 사람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폭망한다’ 이런 말을 했다. 특히 서울과학고에는 조별과제, 조별발표가 많다. 조별과제를 할 때도 강현이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고 아무것도 못 하게 앉혀놓기만 했다고 한다. 한두 번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다. 조별과제를 하는 몇 시간 동안 옆에 앉혀놓기만 하니까 강현이가 스마트폰을 보면 ‘스마트폰 본다, 게임한다’면서 나쁜 아이로 만들어버렸다. 한 명도 말을 안 걸어주고 투명인간 취급했으면서. 디씨인사이드라는 사이트에 강현이에 대해 ‘저 X신, 바보, 찐따 X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X신 X끼’ 등의 욕설을 올리기도 했다.”
-가해학생이 일부인가, 다수인가
“두 학생이 주도했고, 나머지 학생들은 주도한 학생들이 놀리면 깔깔거리면서 웃는 등 동조하고 방관했다고 한다”
-어떻게 대응했나
“5월에 중간고사 마치고 나서 이런 상황을 알게 됐다. 강현이가 얘기하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죽을 정도로 힘들다고 표현했다.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학교에 찾아갔다. 디씨인사이드에 명예훼손을 하고 괴롭히는 아이는 경찰에 신고해서 찾으려고 했고, 학폭은 학교에 이야기했는데 학교에서는 신고를 만류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테니 묻고 가자고 했다. 강현이는 그때 학교를 정말 다니고 싶어했고, 어떻게든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면 그다음부터는 학교를 도저히 못 다닐 것 같았다. 그래서 학교 의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학교의 대응은 어땠나
“형들도 강현이가 오는 걸 싫어하고 강현이도 조별과제를 불안해하기 때문에 조별과제 점수를 0점 맞더라도 단독 발표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학교에 부탁했는데 안 된다고 했다. 강현이 하나 때문에 학교 전체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는 거였다.”
-이후에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나
“학교에 알린 뒤 직접적인 괴롭힘은 없어졌다. 하지만 아이가 완전히 외톨이가 됐다. 어린애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온종일 한 명도 말을 안 걸어줬다.”
-학교를 그만두기로 한 계기가 있었나
“학교생활에 관해 물어볼 때마다 아이가 ‘괜찮다, 형들이 잘 해준다’고 해서 그 이후로 좋아진 줄만 알았는데 아니란 걸 최근에 알았다. 영어로 하는 발표가 굉장히 많다. 강현이가 며칠 전 2학기가 시작된 뒤 ‘영어 발표만이라도 나 혼자 발표할 수 있게 해주면 학교를 그래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제발 그렇게 만이라도 해달라’고 하더라. 영어만 해결해 주면 자기는 서울과학고에서 졸업하고 싶다고, 그게 소원이라고 얘기를 해서 학교에 다시 찾아갔다. 그런데 안 먹히더라. ‘강현이 하나 때문에 학교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 강현이가 여기 시스템에 맞출 수 있도록 해라, 그걸 견디는 것도 교육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 이후에 강현이가 ‘아빠,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제가 꼭 안아줬다. 그래도 겉으로는 강현이가 학교생활을 잘한 것처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아이가 너무 말라 있어서 영상을 찍을 수가 없었다. 입학할 때 27kg이었던 아이의 체중이 22kg까지 빠졌다. 입학 전 밝았을 때 찍었던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학교를 그만두면 ‘봐라, 천재라고 하더니 공부 못 따라가서 나간 거잖아’라는 소리를 강현이가 듣기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악몽을 잊고 좋은 추억으로 끝내고 싶었다.”
-왜 공론화하기로 했나.
“(자퇴를 알리는) 영상을 올리자마자 ‘영상을 내리지 않으면 아이가 학교에서 꼴찌를 하고 전 과목에서 한 문제도 못 풀었다는 걸 알리겠다’는 이메일이 왔다. 강현이 성적이 하위권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다 빵점을 맞고 한 문제도 못 풀 정도는 아니었다. 학교를 그만두기 이전에도 유튜브에 악플(악성 댓글)이 정말 많았다. 이걸 터뜨리지 않으면 앞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때마다 계속 이런 악플과 협박을 받을 것 같아서 그런 고리를 끊어내고 싶었다.”
-백군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좀 놀게 하고 있다. 예전과 다르게 눈동자에 초점도 없고 의욕도 없는 상태다. 정신과도 데리고 가 보고 하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서 못 하고 있다.”
-앞으로 학업 계획은 어떻게 되나.
“자퇴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을 준비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다시 다른 학교에 보낼 계획은 없나.
“없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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