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30도, 습도 80%에도 에어컨 안 트는 사장님…어쩌죠?

조해람 기자 2023. 8. 20. 18: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직장갑질119, 갑질 제보 봇물
폭염에도 ‘전기료’ 이유 가동 중지
냉방 요구 직장인 해고 사례도
지난 2일 서울의 한 롯데하이마트 매장에 에어컨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기온이 30도가 넘어가는데 에어컨을 못 켜게 합니다. 더워 죽겠는데 힘들게 일하고 있어요.”(직장인 A씨)

“에어컨은 있는데 안 틀어준 지 2~3주째입니다. 단체 대화방에 전기료 많이 나온다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어요. 너무 더워서 못 다니겠어요.”(직장인 B씨)

기후위기로 폭염의 심각성이 날로 커지는데도 많은 직장인이 회사에서 제대로 된 냉방 지원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들은 전기세를 빌미로 냉방을 제공하지 않고, 냉방을 요구하는 직장인을 해고하는 사례도 있었다.

20일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는 “폭염으로 노동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직장인들이 보내온 사연들을 공개했다.

학원 강사 C씨는 폭염이 한창이던 7월의 어느 날 에어컨이 고장난 채 오후 2시5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7시간 동안 수업을 했다. 학생의 스마트워치로 확인한 실내 온도는 30도였다. C씨는 직장갑질119에 “원장은 평소에도 돈을 아끼는지라 에어컨을 고쳐줄 것 같지도 않다”며 “이 상황에서 제가 보호받을 방법이 없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냉방 가동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는 예도 있었다. 한 제보자는 어머니가 다니는 공장의 에어컨 가동 기준이 ‘습도 80% 이상’이라 매일 어머니가 땀에 절어 퇴근한다고 제보했다.

한 직장인은 30도가 넘는 날 에어컨 가동을 두고 사장과 사소한 언쟁을 벌인 뒤 해고통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해고통지서에는 일자만 기재되어 있고 사유는 아예 공란이다”라며 “언쟁을 빌미로 해고를 한 거 같은 느낌도 든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고용노동부의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가 권고사항에 그치는 탓에 노동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직장갑질119 박혜영 노무사는 “일하면서 폭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회사로부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속적으로 가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비민주적이거나 인간적인 대우를 못받는 노동현장일수록 이러한 피해가 극심하다”며 “폭염으로 진이 빠진 노동자는 당연히 각종 질병이나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도 클 수밖에 없다. 적절한 노동환경 조성에 대한 책임이 회사에 있음이 상식이 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