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세계 첫 비트코인 ETP 만든 `퍼스트 무버`… "어떤 일이든 순간을 즐겨야죠"
美최초 레버리지·인버스ETF 개발… 美선물협회·자산운용 거치며 다양한 경험
후배 요청에 또다른 도전나서… "이곳에선 어떤 새로운 가능성 열어줄지 고민"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고 즐겁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태용(57·사진) 웨이브릿지 글로벌 전략총괄은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이같이 말했다. 미국 자산운용사에 근무하며 최초로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으로 글로벌 ETF 시장 확장에 공을 세우고, 이후 스위스 증권거래소에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관련 상장지수상품(ETP)도 출시했다. 이에 수많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핀테크 스타트업인 웨이브릿지에 합류했다.
디지털자산과 전통자산을 아우르는 '차세대 자산운용 비즈니스'를 표방하는 웨이브릿지는 지난해 미국 현지에 네오스인베스트먼트(네오스)라는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이 총괄은 네오스의 공동 설립자다. 같은 해 8월 옵션 인컴 ETF 3종을 출시한 네오스의 운용자산은 현재 3억4000만달러(4437억원)를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진두 지휘하는 이 총괄의 역할이 크다.
이 총괄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즈(ProShares)에서 미국 최초로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출시한 인물로 꼽힌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겸 글로벌 ETF 헤드를 맡아 글로벌 ETF를 캐나다, 미국, 콜롬비아, 홍콩, 호주로 확장해 300억달러 이상 규모의 280개 상장지수상품(ETP)을 운영하기도 했다.
'청년 이태용'의 삶을 묻는 질문에 이 총괄은 "제 인생은 미국에 가는 첫 비행기를 탔던 1992년을 전후로 나뉜다"고 회상했다. 그는 큰 굴곡 없이 학창 시절 마치고 한화그룹 무역 계열사의 외환 담당자로 취업했다. 외국계 은행을 주로 상대하던 그는 처음으로 '뭔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1992년에 경영학석사(MBA)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이 총괄은 "외아들이 외국서 공부하겠다고 하니 부모님께서 평생 모아 마련하신 잠실 아파트를 팔아 비용을 마련해주셨다"고 전했다.
조지워싱턴대에서 MBA를 마친 그는 1994년부터는 시카고에 있는 선물 감독기관 미연방선물협회(NFA)에서 5년간 감사관 역할을 맡아 미 전역을 누볐다. 그는 "한국에선 선물시장이 없던 때지만 플로리다 등 미국의 시골에서도 축산업, 농업 종사자들이 선물을 이용해 헷징하고 트레이딩하는 것이 발달돼 있었다"면서 "파생투자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이후 프로셰어즈의 모회사인 프로펀드 자산운용그룹에서 9년여간 펀드매니저와 포트폴리오 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하게 된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를 2배로 추종(역추종)하는 미국 최초의 레버리지·인버스 ETF 상품을 만든 것도 이 때였다. 이 총괄은 "2002년에 유대인 경영진이 부르더니 당시 S&P를 2배로 추종하던 뮤추얼 펀드를 ETF로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며 "치열한 고민 끝에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했고, 2006년 상장 오프닝벨을 울리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품이 소위 '대박'을 치고 이 총괄도 포트폴리오 운용본부장까지 맡으면서 회사의 신임을 얻었지만 몸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믿어준 경영진에게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무리하게 되면서 공황장애가 온 것이다.
이후 2010년 한국에 들어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캐나다 호라이즌(Horizon), 미국 글로벌 X(Global X) 등의 인수와 성장을 주도하고, 사장 겸 글로벌 ETF 헤드로 근무하며 글로벌 ETF 확장을 이끌었다.
미래에셋에서 퇴직 후 쉬고 있을 때 런던의 유명한 ETF 애널리스트에게 "젊고 똑똑한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ETF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전화가 왔다. 이 총괄은 스위스 기반 가상자산운용사 AMUN AG(현 21Shares)에서 8개월간 작업해 스위스 증권거래소에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이더리움·크립토 바스켓 ETP를 상장시켰다.
현재 몸을 담고 있는 웨이브릿지의 오종욱 대표는 이 총괄이 2010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였을 무렵 같이 일했던 후배다. 서로 소식을 전해들으며 지내다가 2년 반전 쯤 가상자산에 특화된 운용사를 같이 해보자는 제의에 합류하게 됐다.
젊은 직원들이 대부분인 스타트업에서 그는 매일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는 "허황되지 않은 꿈들을 찾아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험과 충분한 이해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계획도 추상적인 그림에 그친다는 것이다. 기회를 찾아내고 그 기회를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내는 것이 그가 회사에서 감당하고 싶은 역할이다.
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선 경험의 중요성을 꼽았다. 그는 "직업 우물, 지역 우물 등 개인마다 다양한 우물이 있고, 사람들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본인의 경험 외의 것들은 잘 모르기 마련"이라면서 "다양한 우물들을 경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삶에 대한 관점과 태도가 다양하게 형성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젊은 직원들과 동료로 함께 일하면서도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상자산의 가능성에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총괄은 "새로운 상품에 대한 도전은 어렵지 않다"며 "가령 골드바가 금 ETF로 나오는 등 혁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금융시장은 한 단계씩 성장했다"고 말했다. 또 "비트코인이나 디지털자산 혁신의 수준이 급진적이다 보니 전통자산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운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비판적인 시각은 필요하지만 비판적인 시각만을 가지는 사람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적인 목표로는 "어디서든, 떠날 때 '잘 있다 갑니다'라고 할 수 있는 인생이 목표"라면서 "어떤 일에서도 순간을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모토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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