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계 연체율 급증에···캠코, 부실채 매입 예산 1680억 상반기에 다 썼다
상반기 개인회생도 6만건으로 44%↑
금융사 건전성 관리 위해 대거 부실 정리
캠코, 예산 32% 늘렸지만 벌써 소진
하반기도 이어져 年 2000억 넘을듯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올해 가계 부실채권 인수를 위해 편성한 예산이 상반기에 모두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속 가계대출 연체 및 부실이 급증하면서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일제히 건전성 관리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캠코는 사업 여유 자금 약 6400억 원 중 일부를 가계 부실채권 추가 인수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금융사들이 캠코에 매각하는 가계 부실채권 규모는 4년 만에 연간 2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올해 편성한 가계 부실채권 인수액 1680억 원을 상반기에 모두 소진했다. 캠코는 올해 가계 부실채권 인수 예산을 지난해 사업 계획(1274억 원)보다 31.9% 증액했는데도 6개월 사이에 연간 예산을 모두 쓴 것이다. 가계·기업·공공 사업 계획 총 세 가지 부문 중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1.8%에서 올해 13.2%로 확대됐다.
2019~2021년만 해도 캠코의 가계 부실채권 인수 규모는 예산의 100%를 넘기지 않았지만 지난해의 경우 당초 계획의 153.1%인 1951억 원을 집행한 데 이어 올해도 상반기에 100% 집행했다. 캠코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2금융권은 하반기에 (부실채권) 인수가 집중되는데 올해는 상반기에 집중됐다”며 “상호금융권 등의 연체율 상승에 따른 인수 요청도 들어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는 금융사들이 일제히 ‘연체율 관리’를 위해 연체 채권 정리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 따른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과 저축은행·상호금융·캐피털 총 4개 업권의 올해 상반기 연체 채권 정리 규모는 총 23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각 회사가 상·매각하거나 정상화를 통해 정리한 연체 채권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9조 2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저축은행(5조 7000억 원), 상호금융(5조 6000억 원), 캐피털(3조 3000억 원) 순이었다.
특히 부실을 ‘털어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총 9조 4000억 원 수준이었던 정리 규모가 2분기 들어 14조 4000억 원으로 53.2% 급증한 것이다. 특히 상호금융권의 연체 채권 정리 규모는 1분기 2조 1000억 원에서 2분기 3조 5000억 원으로 66.7% 불어났다. 저축은행 역시 1분기 2조 2000억 원에서 2분기 3조 5000억 원으로 5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캐피털은 1조 3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53.8% 늘어났고 은행의 경우 3조 8000억 원에서 5조 4000억 원으로 42.1%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사의 경우 상반기에 상각을 이례적으로 한 번 더 진행했다”고 귀띔했다.
전 금융 업권이 일제히 연체 채권 정리에 나선 것은 가계 신용 대출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금감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0.37%로 전월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은 4월 말보다 0.08%포인트 치솟은 0.75%로 전 대출 부문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또 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체율이 6년 만에 5%대로 치솟았다. 저축은행의 관계자는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총대출 규모가 줄었다”며 “모수가 줄어들어 연체 채권이 조금만 늘어도 연체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부실채권이 급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2022년 반기별로 4만 건대였던 법원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올해 상반기 총 6만 191건으로 뛰었다. 지난해 상반기 4만 1787건에 비해 1만 8404건(44.0%) 치솟은 수치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캠코에 매각하는 채권은 보통 개인회생까지 간 ‘끝단’의 부실채권”이라며 “개인회생 채권은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 채권이다 보니 올해 상반기에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게 업권 전반의 채권 매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 같은 추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신용 회복을 신청한 채무자 규모는 총 9만 2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6개월 만에 이미 지난해(13만 8202명)의 3분의 2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신용 회복 신청자 수는 18만 명을 넘어서게 된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매각을 할 수밖에 없는 채권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까지는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가 평년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금융권이 부실채권 매각 규모를 키우면서 부실채권 인수 기관인 캠코 역시 대비를 하고 나섰다. 앞서 캠코는 2021년까지 130%였던 투자 초과 한도 비율을 지난해부터 150%로 높인 바 있다. 올해 캠코의 총투자 예산은 1조 2722억 원으로 투자 초과 한도 비율 150%를 적용하면 1조 9093억 원까지 자금을 쓸 수 있다. 캠코 관계자는 “올해 중장기 재무 관리 계획이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며 “한도 내에서 추가로 가계 부실채권 인수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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