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창단→메시 영입→기적같은 첫 우승...베컴 구단주 "메시 플레이, 정말 감동적"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데이비드 베컴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는 행복해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인터 마이애미는 오는 20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내슈빌에 위치한 지오다스 파크에서 열린 내슈빌 SC와의 2023 리그스컵 결승전에서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10-9로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달성했다. 이로써 인터 마이애미는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첫 기회는 내슈빌이 잡았다. 전반 18분 스로인을 통해 공격했다. 루카스 맥노우턴이 엄청난 힘으로 스로인을 올려줬다. 워커 짐머만이 머리에 맞췄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후 인터 마이애미는 경기 초반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전반 21분 좋은 슈팅이 나왔다. 좌측에서 패스 플레이가 로버트 테일러한테 공간을 만들어줬다. 테일러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좋은 분위기는 메시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전반 23분 인터 마이애미가 공격을 시작하자 메시도 우측에서 달려들었다. 중간에 패스가 차단당했지만 메시한테 공이 향했다. 메시는 가벼운 페인팅으로 수비수를 속인 뒤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메시의 7경기 연속골이 터진 순간이다. 리그스컵 역사상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선수는 역사상 메시뿐이었다. 메시의 이번 대회 활약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려주는 기록이다.
그러나 인터 마이애미는 메시의 선제골 이후 분위기를 지키기 못했다. 동점골을 터트리려는 내슈빌의 의지가 더욱 강력했다. 경기 양상은 밀렸지만 우승을 하겠다는 인터 마이애미 선수들의 의지도 대단했다. 페널티박스 문전에서 여러 차례 실점 위기가 있었지만 육탄 수비로 버텨내면서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 초반은 서로 치고받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후반 11분 벵자맹 크레마스키의 크로스가 슛터링처럼 골대로 향했지만 벗어났다. 팽팽한 분위기는 내슈빌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후반 13분 샘 서리지가 올려준 코너킥에서 굴절되면서 공이 뒤로 향했다.
뒤로 빠져있던 파파 피코가 머리에 맞추는데 성공했다. 피코의 헤더가 수비수와 골키퍼를 맞고 연달아 굴절되면서 행운이 담긴 동점골이 터졌다. 1-1 상황이 되자 메시가 좀 더 힘을 내기 시작했다.
후반 26분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기 시작한 메시는 수비진 4명을 앞에 두고 과감하게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골대를 강타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내슈빌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 33분 이번에는 서리지가 직접 공격에 가담했다. 서리지의 날카로운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80분 넘도록 강도 높은 경기가 이어지자 후반 막판에는 선수들이 모두 체력 저하가 왔다. 우위를 이어가고 있는 팀은 내슈빌이었다. 후반 추가 시간 하니 무크타가 순간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돌파한 뒤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지만 또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코너킥에서도 드레이크 캘린더의 선방이 나오면서 인터 마이애미가 위기를 모면했다.
경기 종료 직전 인터 마이애미한테 기적이 탄생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순간적으로 레오나르도 캄파나에게 긴 패스가 배급됐다. 캄파나는 수비수와의 경합을 이겨낸 뒤에 완벽한 득점 기회를 잡았다. 골키퍼 키를 넘기는 슈팅을 시도했지만 부정확했다.
캄파나는 다시 달려나가 몸을 던져 재차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모두가 지켜보던 추가시간의 기적은 연출되지 않았고, 승부는 연장전 없이 승부차기로 향했다.
승부차기도 명승부였다. 메시는 첫 번째 키커로 나서서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양 팀의 행운은 2번 키커에서 갈렸다. 랜달 릴이 중앙을 노리고 찬 슈팅이 캘린더에 막히면서 인터 마이애미가 앞서가기 시작했다.
이후 모든 키커가 성공시키면서 인터 마이애미가 마지막 5번 키커가 넣기만 하면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빅터 우요아가 마지막 키커로 나섰다. 우요아는 좌측을 노리는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내슈빌 5번 키커가 성공시키면서 승부차기는 서든데스 형식으로 이어졌다.
살얼음판 같은 승부차기 속에 6~10번 키커가 모두 성공시켰다. 이제 양 팀에게 남은 건 골키퍼뿐이었다. 캘린더는 강력한 슈팅으로 직접 성공시킨 뒤에 앨리엇 패니코의 슈팅을 막아내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8년 창단한 인터 마이애미의 역사적인 첫 우승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인터 마이애미의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은 얼싸안으면서 뛰어다녔다.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 중 한 명인 베컴은 메시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메시 같은 슈퍼스타를 미국프로축구리그(MLS)로 데려오고 싶어했던 베컴의 선택이 기적적인 결과를 가져온 셈이었다.
경기 후 베컴 구단주는 "오늘 밤은 우리 클럽뿐만 아니라 팬, 선수, 가족, 그리고 우리와 함께 여정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에게 매우 특별한 밤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매우 어려운 경기였다. 마지막까지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우리를 위한 밤이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베컴 구단주는 패자인 멋진 패자로 남은 내슈빌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내슈빌은 놀라운 경기를 펼쳤다. 경기가 이렇게 끝나는 걸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승리하지 못한 팀들에게는 힘든 순간"이라며 승자의 여유 또한 보여줬다.
구단주로서 첫 우승에 감격한 베컴은 구단 창단부터 첫 우승의 순간까지를 회상했다. 그는 "우리는 이 여정을 시작했고 그것은 긴 여정이었다. 여정에 장애물이 있을 거라는 점은 항상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너무 많았다. 그러나 오늘은 즐겨야 한다"며 감회에 젖었다.
베컴 구단주는 메시 영입을 발표할 당시 "지난 10년 전, 마이애미에 새로운 팀을 만들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들을 이곳에 데려오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오늘 그 꿈이 이뤄졌다. 메시와 같은 엄청난 선수가 우리 구단에 왔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메시를 영입하면서 인터 마이애미는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조르디 알바까지 품을 수 있었다. 부스케츠와 알바는 바르셀로나 시절 메시와 함께 대단한 호흡을 보여준 적이 있다. 전성기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세 선수의 조합은 인터 마이애미를 넘어 MLS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이에 베컴은 "메시, 부스케츠, 알바 같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감동이다. 플레이의 모든 것이 아름답다. 경기장 밖에서도 개인으로서의 모든 것이 아름답다. 그래서 그들이 플레이할 때 감동을 받는다"며 승리에도 심취한 모습이었다.
한편 우승 시상식에서 메시의 행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메시는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직전 주장으로서의 지위를 잠시 포기했다. 자발적인 행동이었다.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로 오기 전 주장인 디안드레 예들린에게 트로피를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예들린은 메시의 요청을 계속해서 거절했다. 그러자 두 선수는 함께 트로피를 들고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을 기념했다. 예들린을 위한 메시의 배려, 주장으로서의 메시를 인정해주는 예들린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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