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태양광 확대로 전력 안정성 '뚝'···발전원별 출력 조절안 담길 듯
전력 수요 적은데 태양광 발전량 쑥
일일 출력 변동성도 커 '계통 불안'
출력제어 최대치 안 두고 유연 대응
전력수급 대책 로드맵도 내달 발표
"탄소중립·시스템 안정 함께 고려를"
전력 당국의 전통적인 고민거리는 ‘전기 공급량 부족’이었다. 2011년 9월의 대규모 정전 사태도 전력 부족이 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전력수급 대책은 냉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겨울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 전력 당국은 전기 수요가 적은 봄·가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여름·겨울과 정반대로 ‘공급량 과다’가 문제가 되는 탓이다. 원인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다. 신재생에너지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 전력수요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하기 어렵다. 더구나 봄·가을에는 일조량이 준수해 태양광발전 비중이 높은 경향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번에 가을철 전력수급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전력 공급과잉으로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이 일제히 휴식에 들어가 전력 소비량이 적은 추석 연휴가 고비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첫째 날이었던 지난해 9월 9일에는 태양광발전 비중이 31.2%(전력시장 외 포함·정오~오후 1시 기준)에 달했다.
산업부는 올 4~5월에도 이례적으로 봄철 전력수급 대책을 운영했다. 태양광에 최대 1.05GW의 출력제어를 실시하고 필요할 경우 원전 등의 출력을 조절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산업부는 “지난해까지는 명절 연휴가 아닌 한 상시 대책만으로도 수급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도 “태양광발전 보급이 누적돼 올해부터는 연휴 기간이나 주말에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산업부는 가을철에도 발전량을 조절해 전력 과잉공급을 차단할 방침이다.
태양광 출력제어가 대표적이다. 다만 봄철과 달리 출력제어 최대치를 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발전 업계에서 출력제어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원전 등 다른 발전원의 출력을 조절하는 방안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 업계에서는 봄·가을 전력 과잉공급 우려가 점차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찌감치 나왔다. 특히 태양광 확대로 하루 동안의 전력 계통 불안이 높아지는 게 골칫거리다. 해가 떠 있을 때는 태양광이 전력수요를 대거 흡수하지만 일몰 후에는 태양광발전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 경우 일몰 이후 태양광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LNG나 원전 등의 출력을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올려야 한다. 따라서 출력 변동성이 커져 전력 계통 안정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 학계에서는 태양광 비중이 높은 지역의 시간대별 순부하(신재생에너지를 제외한 발전원 수요) 그래프가 오리를 닮았다는 데에 착안해 이 같은 현상을 ‘덕 커브’라고 표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덕 커브’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4월 일평균 발전원별 전력거래량 자료에 따르면 오후 8시와 오후 1시 사이의 순부하 차이는 2017년 4.4GW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0.4GW에 달했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도별 기상 상황을 염두에 두고 통계를 봐야겠지만 덕 커브가 심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에서는 가을철 전력수급 대책과 별도로 ‘전력 계통 수급 대책 로드맵’도 다음 달 발표한다. 자가발전용 등 전력수요에 숨어 있는 ‘비계량 태양광’을 계측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태양광발전에 따른 전력수급 예측 불확실성을 기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에 탄소 중립과 전력 계통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에너지믹스를 담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현실적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도출하는 게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현재는 오후 4~5시에 태양광 출력이 빨리 떨어질 경우 가스 발전이 어느 정도 감당을 해주고 있지만, 가스까지 퇴출될 경우 원자력발전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향후 원전 역시 태양광에 따라 출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기술·규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세종=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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