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300억 예산 쓴 연구장비, 2년 놀렸다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3. 8.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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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R&D지원금

연구개발(R&D) 기반 마련을 위해 수천억 원을 들여 연구장비를 구축해 놓고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R&D 카르텔 혁파를 주문한 가운데 엉터리 연구 장비에 대한 과감한 예산 삭감이 예상된다.

20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R&D 기반 구축 사업 중 공동활용 연구시설장비 20%는 최근 2년간 연속 가동률이 0%였다. R&D 기반 구축 사업은 연구기관이 산업기술 개발을 위해 필요한 공동 활용 R&D 장비와 시설을 비영리 연구기관에 구축해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산업기술진흥원이 관리하는 연구시설장비 관리 시스템인 I-Tube에 등록된 공동활용 장비는 1만6748점에 달한다. 이 중 20.6%에 달하는 3446점은 2021년과 2022년 가동률이 0%였다. 가동 실적이 10% 이하로 저조한 공동활용 장비도 6055점으로 전체에서 36%를 차지했다.

이처럼 2년 연속 가동 실적이 전혀 없었던 장비를 구매하는 데 들었던 취득 금액은 5336억원에 이른다.

양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고가 연구 장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산업부가 원스톱 플랫폼을 구축했으나 장비가 노후화되고 기술이 급변하면서 가동 실적이 없는 장비가 상당수"라며 "단순히 장비를 모아 양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필요한 장비를 연결해줄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수 못한 지원금 357억원

부적절한 연구개발(R&D) 자금 집행으로 국고 반납을 통보했지만 아직 환수하지 못한 금액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약 35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처별로는 행정안전부(2022년)와 해양수산부(2020년)의 미환수율이 100%였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미환수율도 91%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 미환수율이 50%를 넘어섰지만 지난해에는 0%로 환수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제재부가금이나 R&D 비용 환수를 통보받은 납부 의무자는 처분을 통보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수납 기관에 납부해야 한다.

제재 처분이 과도하게 지연되면서 제재부가금과 연구비 반납금 환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R&D 비용 미회수, 연구 부정행위 등으로 총 646개 R&D 과제에 제재 처분이 내려졌다. 이 중 12건은 10년도 더 전인 2012년 이전에 종료된 과제였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르면 제재 처분은 그 사유가 발생한 R&D 과제 종료일 등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부적절한 R&D 비용 집행을 빠르게 적발해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R&D 기반 구축을 위한 공동활용 연구시설 장비 중 2년 연속 전혀 가동되지 않은 장비 대부분은 노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일 최근에 취득한 장비가 10년 이상 됐다. 가장 오래된 장비는 1982년에 취득한 것으로 취득한 지 50년이 넘었다. 이외에도 2004~2008년에 취득한 장비가 1808점, 2009~2013년에 취득한 장비가 1142점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2년 연속 가동률이 0%였던 장비는 대부분 10년 이상 된 것들이고, 산업 환경 변화 등을 감안했을 때 10년 전에는 관련 기술이 인기여서 필요한 장비라고 하더라도 시대가 지나면서 쓸모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폐기 처분하거나 매각할 수밖에 없는 장비라면 장비를 보유한 기관에 적극적으로 안내해 처분 절차를 통해 정리하도록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i-Tube는 산업부 R&D 사업으로 구축된 3000만원 이상 연구장비에 대한 도입·구매·등록·처분 전 주기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올해 관련 운영 예산만 6억원에 이른다.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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