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부터 AI기술까지 '3국 초밀착'···공급망·북핵이 첫 시험대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단선적 양자협력서 관계 업그레이드
공동이익 지속 가능성 보장하려면
협의 프로세스 제도화 시도 시급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20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최초의 단독 한미일정상회의에 대한 가장 중요한 성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위기와 중국의 도발 위협 등 지정학적 경쟁 심화와 같은 긴박한 국제 정세에 한미일이 긴밀한 협의 및 공동 대응에 나선다고 천명한 것을 꼽았다. 한미일 대화가 국내외적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고 한반도 역내 공조에 주로 머물렀다면 이제는 불가역적인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체로 진화해 협력 분야를 안보는 물론 경제 등으로 넓혔다는 평가다.
특히 미래 경제 질서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인공지능(AI)·양자·우주 등 핵심 신흥 기술 분야에서 한미일이 개발부터 표준화, 기술 보호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친 협력 강화를 통해 ‘첨단 기술 연대’로 나아갔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진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미일 3국이 공동 이익 극대화를 선언한 만큼 이를 실현하기 위한 3자 틀의 협의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3국 관계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향후 3국 협력의 제도화 등을 통한 지속성 유지의 과제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미일정상회의에서 공동 이익 실현을 선언한 것에 대해 “한미일 간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신속하게 협의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이라며 “정상 공동성명을 겸한 ‘정신’에서는 한미일 간 포괄적 협력 방안이 망라됐고 ‘원칙’에서는 향후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견지해 나가야 할 원칙들을 문서로 구체화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이번 정상회의의 경제적 측면을 평가해보면 공급망과 첨단 기술 변화 가속화 등 글로벌 경제안보의 새 도전 과제에 3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단선적 양자 협력 관계를 안정적으로 업그레이드한 한미일 3각 협력의 새 출발을 공식화했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분야에서 한미일이 ‘공급망 3각 연대’를 꾸려 외부 교란 요인에 공동 대응함으로써 첨단산업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여나가게 된 점을 특히 높이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세 나라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은 제조, 미국은 원천 기술, 일본은 소재 등에서 각각 강점을 가진 만큼 상호 보완적인 분업 구조를 기반으로 연대를 통한 시너지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3국 정상이 공통 인식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공동 위협에 신속 협의’를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3국 안보 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안보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 협의를 명문화한 것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 수준이 비정기적인 대북 공조에 머무르던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며 “한일 관계의 부침 속에서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이 별개로 유지돼온 한미일 관계는 이로써 더욱 확실한 3자 협력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역시 “캠프데이비드 정신에는 새롭게 다져진 우정의 연대와 함께 철통 같은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으로 이어진 우리 각각의 양자 관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우리의 3자 관계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로써 한미일 협력 체계는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4개국 비공식 안보협의체) 이상의 소다자 협력체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3국 정상회의의 선언처럼 인도태평양 협의체 가운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3자 틀의 운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3국 협력의 제도화 등을 통한 지속성 유지의 과제를 더욱 입체화·구체화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국 정상회의는 정치적 상징성의 의미가 크고 군사·경제 및 기타 협력과 관련한 중요한 협의체(단계)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3국 안보 협력에 대한 진전을 고착시키고 경제협력 등 추가 발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운용 방안을 서둘러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태은 통일연구원 국가전력연구실 연구위원 또한 “3국의 공동 이익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구체적 협력과 협의 프로세스를 정례화 및 제도화하려는 명확한 시도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현호·신한나 기자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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