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수요예측 … 햇살론 되레 1조 줄여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2023. 8. 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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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론 돌연 한도 축소
올 2조6천억 공급 준비했는데
상반기에 85% 조기소진되자
서금원, 대출때 추가한도 없애
햇살론 신청 꾸준히 늘었지만
오락가락 한도조정에 불만 커

인천의 한 식료품 제조공장에 재직 중인 20대 A씨는 최근 근로자햇살론 대출을 받으려다 한도가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당황했다. A씨는 "한 주 전까지만 해도 1000만원 한도 승인이 났는데 대출을 실행하려고 다시 조회하니 갑자기 한도가 700만원으로 줄었다. 대출이 나올 줄 알고 곧 보증금을 내기로 했는데 돈이 모자라게 돼 막막하다"고 말했다.

올해 근로자햇살론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며 조기 소진 우려가 나오자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이 개인별 대출 한도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서금원은 저신용자, 저소득자 등에게 제공했던 근로자햇살론의 '추가 한도'를 지난 14일부터 없앴다고 밝혔다. 근로자햇살론 한도는 차주별 신용도나 소득에 따른 한도 외에도 서금원이 제공하는 추가 한도로 구성돼 있다.

서금원 측은 "올해 공급 목표에 비해 근로자햇살론의 소진 속도가 빨라서 공급을 조절하기 위해 최저신용자 등에게 특별 제공했던 추가 한도를 없애 정상화했다. 자격 요건이 되는, 최대한 많은 분에게 공급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근로자햇살론은 3개월 이상 재직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금융대출이다. 서금원이 대출 금액의 90%를 보증하고, 대출 취급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이 맡고 있다.

올해 설정된 1인당 최대 대출 한도는 본래 2000만원이지만, 지난 5월 이미 모든 신용점수·소득 구간의 한도를 최대 800만원 낮춘 바 있어 사실상 이미 2000만원은 표면상 한도에 불과했다. 게다가 3개월 만에 최고 300만원을 제공하던 추가 한도를 없애면서 실제로는 최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의 1인당 최고 한도가 더 줄어들었다.

올해 근로자햇살론은 연말까지 공급되지 못하고 조기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근로자햇살론의 올해 공급 목표는 지난해 공급액에 비해 1조2000억원 줄어든 2조6000억원이었는데, 상반기에 이미 2조1991억원이 공급되며 목표치의 약 85%를 채웠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연간 정책서민금융 공급 규모를 기존 10조원에서 1조원 이상 확대해 사상 최대 규모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근로자햇살론 공급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다.

근로자햇살론의 공급 속도가 유독 빠른 이유는 저축은행업계가 올해 보증부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의 근로자햇살론 공급액은 올해 상반기 2조29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들은 햇살론 조달비용이 연 5%대로 치솟자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대출 금리 상단이 연 10.5%였기 때문에 역마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올해는 근로자햇살론 금리 상단이 연 11.5%로 오르고, 햇살론 조달금리가 연 3~4%대로 하락하자 공급을 급격히 늘렸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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