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챗GPT가 여행사 직원을 대체한다고?
"과연, 여행사는 없어질까."
하도 챗GPT가 여행사 직원을 대체한다, 여행사는 사라진다는 논란이 많길래, 챗GPT에 물어봤다. 그 답변이다.
"요약하자면, 여행 산업은 미래에도 변화할 것이며,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에 따라 여행사의 역할과 형태는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행 산업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은 현재까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애매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
다행스럽긴 하다. 한때 커리어캐스트 선정 '10대 몰락 직종' 리스트에선 신문기자(4위, 13%) 다음인 5위에 오른 게 여행사 직원(12%)이었으니깐.
위태로운 여행업을 주 전공으로 하는 본기자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절대 없어지지 않을 업종이 여행업이라고.
역사를 보면 짐작이 간다. 몰락할 것 같은 순간에, 뭐든 뚝딱 만들어낸다. 바퀴벌레처럼 질긴 생명력이다. 아래는 챗GPT가 아니라, 챗GPT 할아버지가 와도 흉내도 못 낼, 여행사 인간 직원이 만든 상품 리스트다.
1. 코로나 보험. 코로나 사태로 하늘길 봉쇄와 함께 여행업 전체가 초토화되자, 거짓말처럼 등장한 보험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자사 항공 이용 때 확진 판정을 받으면 의료비 최대 15만유로(약 2억원)를 지급한다고 내걸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자국을 찾은 여행객이 코로나에 걸렸을 경우 보상금으로 내건 금액이 3000달러(약 361만원)다.
2. 여행 로또. 2003년 맹위를 떨쳤던 사스(SARS) 때도 마찬가지다. 여행박사가 '1억원 여행 로또'를 내건다. "여행을 다녀온 뒤 사스에 걸린다면 1억원을 드립니다." 수많은 강심장 여행족이 1억원 로또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당첨자는 나오지 않았다.
3. 폭염 여행 보험. 이상 기온에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요즘, 새롭게 등장한 방탄 여행이다. 말도 안되는 폭염 보험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곳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본사를 둔 여행 보험사 센서블웨더. 지급 조건은 간단하다. 여행지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를 경우 여행비를 전액 환불해주는 것이다. 단계도 있다. 섭씨 35도 이상은 총 여행경비의 50%, 40도 이상이면 100% 전액 보상이다.
4. 이혼 여행. 전 세계에서 이혼 절차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라스베이거스에는 '이혼 여행'이 줄을 잇는다. 아예 이혼할 커플이,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여행을 간 뒤, 쿨하게 째고 돌아오는 코스다.
5. 전쟁터 여행. 사방팔방 총탄이 오가는 살벌한 전쟁터에도 여행은 존재한다. 때는 2016년. 아프가니스탄 서부 고대 유적지를 여행하던 외국인 일행이 탈레반의 공격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들의 정체가 놀랍다. '전쟁관광상품'에 참여한 여행족이었으니까.
6. 죽음 여행. 심지어, 경건한 '죽음'도 여행상품으로 포장이 된다. 안락사가 허용이 되는 스위스에선 '죽음 여행'이 히트를 치고 있다. 2m 남짓한 원통형 기계 안에 들어가면 단 15분 만에, 편히 죽을 수 있는 기발한 코스다. 죽으러 가는 여행이라니, 세상에. 챗GPT는 상상도 못할 상품이다.
이쯤 되면 아시겠는가. 챗GPT 군단이 몰려와도, 하늘이 두 쪽 나도 살아남을 업종, 그게 여행업이라는 걸(덤으로 여행전문기자라는 직업군도 살아남을 것 같다).
[신익수 (여행)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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