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력 구입비 급등 … 전기료 또 오르나
고유가에 단가 다시 오름세
한전 하반기 재무부담 커져
4분기 전기료 인상 압박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사올 때 적용하는 전력시장 도매가격이 7월 들어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르며 한전의 재무 부담을 키워 연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거래소 평균 정산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145.6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6월(126원)과 비교해 15.5% 오른 금액이다. 올해 들어 가장 낮았던 5월(118원)에 비하면 23.3% 상승했다. 평균 정산단가는 한전이 전력거래소로부터 전기를 살 때 적용하는 도매시장 가격이다. 평균 정산단가는 지난 1월 162원에서 2월 165원, 3월 170원까지 상승했다가 4월 128원, 5월 118원으로 급격히 하락한 뒤 6월에는 126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 에너지 가격과 연관이 깊다. 한국가스공사의 발전용 천연가스 열량단가는 지난 1분기 평균 기가칼로리(G㎈)당 14만7134원에 달했지만 2분기에는 9만7180원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전달보다 3.5% 오른 9만5743원으로 다시 상승했다. 지난 6월 말 배럴당 75달러 안팎이던 국제유가(두바이유)도 하반기 들어 급상승해 현재는 86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력 도매가격이 오르면서 한전의 전력 판매 마진율도 낮아질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 덕에 올해 5월과 6월 두 달간 전기를 비싸게 사와 싸게 판매하는 '역마진' 구조를 벗어났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4·7·10월 3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kwh당 총 19.3원 인상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 13.1원, 2분기에 8원을 추가로 올렸다. 전기료 인상에도 한전의 지난 상반기 말 기준 누적 적자는 47조5000억원에 이른다.
전력 판매가격 상승으로 역마진이 재현되면 전기요금 추가 인상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올해 4분기에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미 수차례 전기요금을 올린 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내년 선거 전까지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전기요금의 단계적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한전의 3분기 실적도 관심사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주요 에너지 가격의 하락이 뚜렷하고 원전 이용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한전이 올해 3분기에 영업 흑자를 달성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고환율 부담까지 더해진다면 내년 한전 실적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력 도매가격은 통상 유가 흐름에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후행하는 성향이 높다. 송 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다시 강세를 보이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변동성도 확대돼 내년 전기요금 추가 인상 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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