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킹달러 … 곱버스 베팅 외환개미 '비명'

강민우 기자(binu@mk.co.kr), 김금이 기자(gold2@mk.co.kr) 2023. 8. 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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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 예상한 투자자들
인버스2X 대거 매수했지만
이달에만 10% 이상 손실
엔ETF도 올해 -9% 수익률

달러가치가 최근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자 달러 약세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막바지라는 판단에 개인들이 '달러 곱버스' 상품을 대거 매수했지만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의 경제지표 선전 등으로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반등을 노리고 관련 상품 비중을 확대한 외환 개미 역시 계속되는 엔화 약세에 따라 손실권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를 41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주식형 ETF를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다. 이른바 '달러 곱버스' ETF로 한국거래소 달러선물지수가 하락하는 비율 대비 두 배로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달러당 원화가치가 오를수록 수익률이 상승하는 구조다. 달러 약세를 예측한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그만큼 많았던 셈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를 같은 기간 2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하지만 예측과 달리 '킹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당 원화값은 3개월 만에 다시 1340원 선을 내주며 올해 최저점인 1343원을 위협받고 있다. 이에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ETF는 같은 기간 10.11% 떨어진 반면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ETF는 11.32% 상승하며 연고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아울러 동일한 자산에 투자하는 ETF라 해도 환노출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갈렸다. 환노출 ETF는 최근 미국 주가지수 하락세에도 달러 강세에 힘입어 수익률을 만회했지만 환헤지형 ETF는 기초자산 하락률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진 것이다. 실제 환노출형인 'KODEX 미국 S&P500 TR' ETF는 이달 들어 1.45% 상승했지만 환헤지형인 'KODEX 미국 S&P500(H)' ETF는 3.9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는 배경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 상황이 예상과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는 데 있다. 중국 경제지표가 부진하고 부동산 개발업체 부도 위기가 커지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원화가격이 하락했다.

더불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연준의 매파적 방침이 16일(현지시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확인되자 채권금리가 급등했고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준의 긴축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달러 곱버스' 투자자들의 판단이 빗나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견고하면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힐 수 없고 긴축 장기화에 따른 달러 강세가 지속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최근 달러 강세가 지나쳤다는 심리적 공감대 역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엔화가치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엔테크' 투자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엔화에 투자할 수 있는 ETF인 'TIGER 엔 선물'은 연초 이후 개인 순매수 규모가 774억원으로 작년(157억원)의 5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6~7월 두 달 동안 개인 순매수 730억원이 집중됐다.

엔화당 원화값이 2015년 이후 8년 만에 800원대를 기록하면서 저렴해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유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일본은행(BOJ)은 '제로(0)'에 가까운 초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면서 역대급 '엔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금융 완화 기조가 하반기에 수정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엔화값 반등을 노리는 '엔테크'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엔화값 하락이 계속되며 'TIGER 엔 선물'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9.30%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1.44% 소폭 반등했지만 일본은행의 저금리 성향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어 단기 반등을 노린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은 "일본은행이 성급한 정책 전환에 대해 부작용을 강조하는 등 완화적인 방침을 유지하고 있어 현재의 통화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민우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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