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류희림·박노황 복귀…"언론계 쑥대밭 만들 생각"

윤수현 기자 2023. 8. 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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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류희림은 방통심의위원으로, 연합뉴스 박노황은 TBS 이사장으로
언론연대 "언론의 독립성 훼손으로 더욱 정부에 충성하라는 의미"
정연주 위원장 해촉에 언론계 비판 이어져… "비열한 기습 해촉"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언론계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이들이 현업 언론인으로 복귀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이사를 지낸 박노황씨는 미디어재단 TBS 이사장으로, YTN플러스 대표를 지낸 류희림씨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이들은 언론사 재직 시절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고, 공정보도를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이를 두고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언론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18일 논평 <이동관은 시작이었다…박노황에 류희림까지 돌아온다>에서 “과거 정부에서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훼손했던 인물들이 속속들이 언론 관련 기관장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을 해촉시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류씨를 후임으로 위촉한 것과 관련해 “(류희림은) 이명박 정부 시절 YTN 해직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인사 담당자(경영기획실장)였다”고 설명했다.

▲류희림 전 YTN플러스 대표(왼쪽)와 박노황 전 연합뉴스 대표이사(오른쪽). 사진=YTN, 연합뉴스.

서울시는 최근 박노황씨를 TBS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박씨는 TBS 구조조정, 김어준 구상권 청구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박노황은) 박근혜 정부 시절 연합뉴스 사장을 지내며 '정권 비위 맞추기 논란' 등 불공정·편파 보도의 핵심적 인물로 거론됐다”며 “윤석열 정부가 언론 관련 기관장으로 앉히는 인물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언론 독립성을 침해하고 훼손하는 데 앞장섰다는 점”이라고 했다.

언론연대는 “대통령은 정권에 충성하는 자들의 줄을 세우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든 국민을 '적'으로 규정해 압박할 뿐이다. 이동관에 이어 류희림, 박노황을 언론을 다루는 기관의 요직에 앉힌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면서 “언론의 독립성 훼손으로 더욱 정부에 충성하라는 의미로, 언론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오늘의 이 같은 행보는 부메랑이 돼 다시 정권을 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연주·이광복 기습 해촉에 언론계 반발 이어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정연주 방통심의위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 해촉안을 재가했다. 방통위가 방통심의위 회계감사 결과를 공개한 지 1주일 만이었다.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이 업무 시간을 준수하지 않고 업무추진비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이를 두고 언론 시민단체 언론비상시국회의는 18일 “비열하기 짝이 없는 기습 해촉이다. 야�쳄� 폭력성에 경악한다”고 비판했다. 비상시국회의는 “정권 쪽은 뒤늦게 정 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집행 기준 위반 및 출퇴근 기록 미비 등을 해촉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해촉할 만한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방증에 지나지 않는다”며 “해촉 이유를 국민 혈세에서 나온 특수활동비를 영수증 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주머닛돈처럼 마구 써온 '윤석열 검찰'에 비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8일 논평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축출하기 위한 감사와 이를 빌미로 한 강제 해촉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독립성을 무시한 독단적 처사이자 위법 행위다.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은 가짜뉴스라 매도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제대로 심의하지 않는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수장까지 교체해 버리는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후보자 표현대로 언론을 '기관지'로 만들겠다는 선전포고”라고 했다.

▲소훈영 전 폴리뷰 기자는 2016년 2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013년 당시 YTN 간부가 흘린 사내 정보를 빼곡히 기록한 수첩을 보여줬다. 그는 “사내 성추행 등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정보들을 제공받았다”고 했다. 그가 지목한 YTN 간부는 류희림 YTN 플러스 대표였다. 소 전 기자는 수첩에 적힌 'YTN 노조의 추악한 두얼굴'은 간부가 제안한 제목이었고 동일한 제목으로 기사가 출고됐다고 말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류희림, 사내 정보 유출·일가 홍보 논란

류희림씨는 YTN플러스 대표로 재직할 당시 극우 성향 인터넷언론 폴리뷰에 YTN 노동조합 비방 자료 등 사내 정보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소훈영 전 폴리뷰 기자는 2016년 언론노조 YTN지부와 인터뷰에서 류씨가 YTN 노조 관련 자료를 제공하겠다며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혔다. 또 소 전 기자는 류씨가 사업 관련 민원 전달 창구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류씨는 미디어오늘에 이 같은 일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 YTN 노조, “류희림 등 비정상적 언론홍보, 진상조사해야”)

또 언론노조 YTN지부는 2015년 YTN이 보도를 통해 류씨 배우자가 교장으로 있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와 누나가 운영하는 '버들식당'을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YTN플러스는 “이 시대의 착한 맛집”, “수익 증대만을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 오래된 맛과 신뢰로 승부” 등 문구를 쓰며 '버들식당'을 극찬했다. YTN사이언스는 벤자민학교를 수차례 홍보했다. YTN지부가 관련 사실을 공개한 이후 류씨는 입장을 내고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다양한 활동과 교육적 성과들을 소개함으로써 대안교육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이뤄졌던 것이고, (버들식당은) '한국을 대표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곳'에 포함될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것으로 YTN 품격을 손상하는 기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 YTN, 출자회사 대표 일가족 사업 홍보매체로 전락)

류씨는 20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소훈영 전 기자 논란은 미디어워치가 관련 기사를 상세히 썼다. 이를 참고하면 된다”고 했다. 미디어워치는 2016년 2월 <좌파매체 'MBC 녹취록 소동' 'YTN과 엮기' 역풍 조짐> 기사에서 류씨와 함께 소 전 기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진 김백 전 YTN 상무 입장을 전했다. 김백 상무는 입장에서 “2012년 KBS·MBC·YTN 노조의 총파업 이후 노사 대립이 계속되고 있을 때 폴리뷰의 소훈영 기자가 우리 측에 취재를 요청하며 만나자고 한다고 해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며 “당시 취재에 응한 이후 소훈영씨를 다시 만난 적도, 통화한 기억도 없다”고 했다.

류씨는 학교 홍보 의혹에 “당시 YTN 노조가 문제를 제기했는데, 노보 편집을 담당한 사람이 노종면 전 기획실장이다. 소송 등 나하고 여러 가지 걸린 문제가 있다”며 “YTN 노조는 학교 홍보 기사가 20건이 넘게 나왔다고 했지만, 과장한 것이다. 실제 보도는 얼마 되지 않으며 공익적 목적의 뉴스 가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류씨는 가족 식당 홍보 논란에 대해 “이미 유명한 식당이고, 평일에도 번호표를 뽑을 정도다. 식당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지난 2021년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박성제 전 MBC 사장이 만든 회사의 스피커를 배경에 놓고 방송해 논란을 일으킨 적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특정 업체의 고가 물품을 업무용 재산에 즐비하게 늘여 놓고 방송에 지속 노출함으로써 방송을 사유화한 박성제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했다. 미디어오늘이 이 사건을 설명하자 류씨는 “경우가 다르다. 난 상업적 목적에서 뭘 한 게 아니다”라며 “박성제 전 사장 사건과 같이 비교하는 건 마땅치 않다”고 했다. 류씨는 “방송 기자로 소신을 갖고, 이 정도는 충분한 기사거리가 된다고 생각해서 했던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박노황 연합뉴스·연합TV 사장(맨 오른쪽)이 2015년 3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국기게양식은 박 사장의 취임 직후 일정으로 지나친 '애국 코드 맞추기'라는 안팎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대표이사 취임 직후 국기 앞으로 간 박노황

TBS 이사장으로 임명된 박노황씨는 연합뉴스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불공정·편파 보도' 논란을 불러왔다. 박씨가 연합뉴스에 있을 당시 구성원 수백 명이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했을 때 조복래 당시 상무와 이창섭 당시 편집국장은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과 문자를 나눠 논란이 일었다. 또 박씨는 2015년 3월 취임 직후 일정으로 국기 게양식을 진행하면서 '애국 코드 맞추기'라는 내외부 반발을 샀다.

미디어오늘은 20일 오후 박씨에게 연락해 언론계 비판에 대한 반론을 물으려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박씨는 입장을 묻는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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