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살인' 한달새 3건 … 안전 무너지는 대한민국
지하철 흉기 난동 벌어지기도
네티즌 "사형제 부활" 목소리
전문가 "사후대책보단 예방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성폭행 사건 피해자 A씨가 지난 19일 끝내 숨을 거뒀다. 신림역·서현역 무차별 살인사건 이후 '묻지 마 범죄'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극도로 커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강력범죄의 양형 강화와 신상공개 필수 등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관악경찰서는 20일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사건 피의자인 최 모씨(30)의 혐의를 '강간 등 상해'에서 '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 등산로에서 A씨를 너클을 낀 주먹으로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A씨는 19일 오후 3시 40분쯤 숨졌다.
사망자가 발생한 '묻지 마 범죄'는 한 달 새 세 건이나 벌어졌다. 지난달 21일 조선(33)이 신림역에서 무차별 칼부림 난동을 부린 이후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한 살인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살인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시민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50대 남성 B씨가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 방면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흉기를 휘둘러 승객 2명이 다치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여러 사람이 날 공격하려고 해서 방어 차원에서 흉기를 휘둘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과거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2019년부터 관련 약을 먹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 치안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A씨 사망 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형제 부활'을 요구하는 의견도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전문가들은 사형제도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고 얘기하지만, 효과가 없을지라도 사회 정의를 위해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썼다.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람의 목숨과 연결된 4대 범죄(살인·강도·강간·방화)는 흉악범죄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신상공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력범죄 양형 강화에 대한 찬성 여론도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에 찬성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집행하지 않는 사형제도 대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고 있다. 법무부 역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14일 입법 예고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형 강화'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강경 대책은 사이다처럼 느낄 순 있어도 실제 범죄 예방엔 큰 효과는 없다"며 "사회에 대한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가 폭발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경우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엄벌하더라도 억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위원은 "형량을 높이기보다 확실한 원인 진단과 대책이 범죄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게 학계의 중론"이라면서 "보여주기식 대책은 시민들의 두려움을 일시적으로 잠재울 수 있겠지만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대안은 아니다"고 조언했다.
[최예빈 기자 / 이지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참기 힘든 놀림과 학교폭력”…서울과고 떠난 ‘IQ 204’ 소년 - 매일경제
- “사무실 30도 넘는데 에어컨 안틀어주는 사장님”…직장인 탈진 - 매일경제
- 1081회 로또 1등 11명 각 23억4000만원씩…‘1, 9, 16, 23, 24, 38’ - 매일경제
- “미처 몰랐네”…인천공항서 열린 ‘작은 잼버리’의 큰 감동 [방방콕콕] - 매일경제
- [단독] 주호민아들 특수교사, 후원금 기부했다...“서이초 교사위해 써달라” - 매일경제
- 한달새 갑자기 오른 달러 환율, 이유는?[강인선의 자본추] - 매일경제
- “사형제 부활” 목소리 커지는 까닭…묻지마살인 계속되는 한국 - 매일경제
- 비싸서 지운 ‘배달앱’ 다시 내려 받는 이용자들, 이유가? - 매일경제
- “여러 번 발작한 멤버도”…‘그알’ 피프티 편, 편파방송 논란 - 매일경제
- 골? 어시스트? 공격 포인트 없어도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 증명했다 [EPL]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