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가 재개발·재건축 복병…"사업 지연에 계약 포기"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마다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새집을 가지려 조합원 매물을 승계한 투자자 가운데 “공사비 인상으로 사업이 지연되게 생겼다”며 손해를 보고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조합 역시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합원 매물을 사는 ‘승계조합원’이 되기 전 정비사업지의 공사비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웃돈’ 붙여 샀다가 낭패당할 수도
직장인 A씨(58)는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 2구역 내 빌라 재개발 매물을 계약했다. 건물 가격(감정가)은 2억5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이른바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웃돈은 7억3000만원에 달했다. 재개발이 이뤄지면 전용면적 84㎡의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대출까지 받아 매수에 나섰다.
그러나 계약 직후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얘기에 고민이 깊어졌다. 시공사업단은 공사비로 3.3㎡당 859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애초 3.3㎡당 490만원이었던 공사비를 지난해 610만원까지 인상해 추가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시공사업단이 협상 끝에 719만원으로 중재안을 내놨지만, 610만원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조합의 입장은 완고했다. 오히려 시공사 교체 카드를 꺼내 들면서 양쪽의 골은 더 깊어졌다. 급기야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시공사업단 주최 공사비 설명회가 취소되며 사업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A씨처럼 새 아파트를 노리고 매수한 투자자는 자칫 사업이 지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북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사비 갈등 소식에 매수 희망자가 모두 사라졌다”며 “매수한 사람은 ‘잘못 산 거 아니냐’고 하소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은 서울 내 다른 사업지도 마찬가지다.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이 깊어지자 ‘시공사 교체’를 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2020년 3.3㎡당 512만원이던 공사비가 최근 898만원까지 오르자 아예 다른 시공사를 찾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 사이에선 “새 건설사도 저렴하게 지어주진 못할 것”이라며 사업 지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구 신당9구역 역시 재개발 매물을 노리는 투자자 사이에선 ‘주의 사업지’로 꼽힌다. 공사비를 3.3㎡당 840만원으로 책정하고 건설사를 찾고 있지만 시공을 맡겠다는 건설사가 없어서다. 조합은 지난 1월 3.3㎡당 공사비 742만5000원을 내세워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마땅한 건설사가 없었다. 6월에 다시 공사비를 100만원 올렸지만 건설사들은 냉담했다. 공사비를 더 올렸다간 사업성이 떨어지는 탓에 조합원의 반발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대로 시공사를 찾지 못하면 아예 재개발 사업을 시작할 수 없기에 매물을 계약했다가 손해를 감수하고 파기한 사례까지 나왔다.
조합 ‘시공사 교체’ 카드도 “글쎄”
조합도 공사비 갈등 상황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시공사 교체 카드를 무기로 압박하는 조합이 생겨나고 있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여의찮은 상황이다.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이 겹친 탓에 새 건설사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공사비가 크게 낮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시공사 교체를 결정한 경기 성남시 산성지구 재개발 조합은 3.3㎡당 418만원이었던 공사비가 641만원까지 오르자 시공사업단 계약 해지를 의결했다. 그러나 곧바로 연 시공사 선정 입찰은 건설사가 응찰하지 않아 유찰됐다. 결국 조합은 기존 시공사업단과 재협상을 진행 중이다.
정비업계에선 조합원과 시공사 사이에 선 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갈등이 커진 사업지 대부분은 조합이 조합원의 반발을 무서워해 제때 공사비 인상 가능성을 알리지 않았다”며 “조합원 설득도 사업 성공의 필수요소”라고 했다.
기존 조합원 매물을 매수해 승계조합원이 되려는 투자자는 사업지 분석이 필요하다. 자칫 공사비 갈등으로 ‘새집 마련’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지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앞두고 이른바 ‘급매’가 성행한다”며 “사업지의 공사비를 따져 인상 가능성이 있는지, 과거 기준으로 공사비가 책정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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