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AI 시대와 평가 혁신
전 세계에서 가장 재미없는 공부를 제일 오래 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주입식 교육 체계를 가진 대한민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1주일에 30시간 내외를 공부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유일하게 50시간을 공부한다. 사교육비 지출도 세계 1등이다. 우리는 공부를 위해 돈, 시간, 노력을 엄청 투자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제일 비효율적인 교육 구조를 갖고 있다.
원래 공부는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학생이 공부를 싫어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은 짧은 시간에 결과가 나오지만, 공부는 보상을 받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미없는 공부를 잘 참아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학업에 대한 불안감과 부담에 지친다.
대개 학생들은 학원을 왜 가는지, 공부를 왜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부하는 이유는 '그냥 남들이 하니까' '혼날까봐'다. 자기 주도로 공부 계획을 세우지 않더라도 학원의 과목별 강좌를 수강하면 그만이다. 선행학습을 통해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치니 관심이 없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한마디로 학교 교육이 재미없으니 잠을 잘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부에 재능이 없어도 모든 학생이 명문대 입학을 원한다. 취업준비생 모두가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인원은 한정돼 있으니 무한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친구를 떨어뜨려야 내가 사는 '너 죽고 나 살자' 초경쟁주의 교육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학생들에게 미래에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꿈을 심어주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한국 교육의 본질적 문제는 평가 만능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수능이 상대평가 위주이기에 한 문제만 틀려도 인생이 달라지는 현실에 학생들은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높은 점수를 받는 자체가 교육의 목적으로 변질되었다.
영재테스트에서 상위 5% 이내에 들어야만 유명 영어유치원의 입학시험 응시가 가능하고, 재수까지 하는 '4세 고시'는 사교육의 줄 세우기 시작점이다. 이제는 수능과 내신 평가 모두 오지선다형에서 벗어나 서·논술형 문항 등의 질적 평가 요소를 도입해 학교 교육이 미래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평가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AI 자동 채점기를 활용하면 동시에 수십만 명까지 채점자 주관을 배제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비교과 동아리, 봉사활동, 토론과 발표도 AI를 활용해 평가할 수 있다. 학교의 중간·기말고사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관리하에 담당 교사의 참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학교 수업 역시 토론·참여 학습 중심으로 이루어지면 자는 학생도 없을뿐더러 비판적 사고에 기반한 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시킬 수 있다. 무너진 학교 교육을 바로잡으려면 교수·학습 및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 교과·교사·학생의 특성을 고려해 평가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결과 중심 평가를 과정 중심 평가로, 선발 중심 평가에서 성장 지향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평가의 혁신 없이는 공교육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교육 개혁의 첫걸음은 평가 혁신이기 때문이다. 교육 개혁의 성공은 평가 혁신에 달려 있다.
[박정일 경기도교육연구원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사 놓게 돌아 누우세요”…20대 女간호사에 60대 환자가 한 짓 - 매일경제
- “참기 힘든 놀림과 학교폭력”…서울과고 떠난 ‘IQ 204’ 소년 - 매일경제
- “사무실 30도 넘는데 에어컨 안틀어주는 사장님”…직장인 탈진 - 매일경제
- 1081회 로또 1등 11명 각 23억4000만원씩…‘1, 9, 16, 23, 24, 38’ - 매일경제
- [단독] 주호민아들 특수교사, 후원금 기부했다...“서이초 교사위해 써달라” - 매일경제
- “미처 몰랐네”…인천공항서 열린 ‘작은 잼버리’의 큰 감동 [방방콕콕] - 매일경제
- 한달새 갑자기 오른 달러 환율, 이유는?[강인선의 자본추] - 매일경제
- 비싸서 지운 ‘배달앱’ 다시 내려 받는 이용자들, 이유가? - 매일경제
- ‘제트스키’ 타고 밀입국한 중국인…기름통 5개 달고 300㎞ 이동 - 매일경제
- 골? 어시스트? 공격 포인트 없어도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 증명했다 [EPL]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