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의 꿈이 이뤄졌다”… 한미일 정상회담 최대 승자는 미국

김유진 기자 2023. 8. 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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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한국·일본 정상을 초청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신 싱글벙글했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그레이트”(훌륭하다) “가장 행복하다” 등의 언사를 내뱉었다. 회담장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치적 용기’를 추켜올리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3국의 ‘전례없는 결속’에 만족감을 드러낸 것은 미국의 오랜 외교적 숙원이 마침내 이뤄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최대 지정학적 도전으로 꼽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 복원에 공을 들여 온 미국 정부로서는 이번 정상회의는 “미국 외교의 꿈이 이뤄지는 것”(뉴욕타임스)과 같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협력이 안보·경제를 망라해 제도화하면서 중국 견제가 초점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한·미·일 정상이 ‘새 시대’를 열었다고 자평한 이번 정상회의는 특히 바이든 정부로서는 출범 후 2년 넘게 매달려 온 대중국 접근이 결실을 맺은 것을 의미한다. 바이든 정부는 대중국 전략의 ‘약한 고리’로 남아있던 한·미·일 안보협력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것에 주력했다.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이 반복되면서 3자 안보 협력이 차질을 빚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각급에서 한·미·일 협의를 주도하고, 한·일 정상을 해외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백악관에 초청하는 등 공을 들였다. 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안을 밀어붙이면서 한·일 관계가 급진전된 것은 미국의 구상에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다.

미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이 한·미·일 정상회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하면서도 막후에서 미국의 노력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부통령 때부터 우리 민주주의 국가 간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오랫동안 최우선 과제였다”며 “우리가 함께 할 때 3국은 더 강해지고 세계는 더 안전해진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3자간 방위 협력을 전례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핵심적인 것은 우리가 3국 어느 하나에 대한 위협에도 상호 대응을 위해 즉각 협의하기로 공약했다는 점”이라고 자평했다.

미국은 비록 위기 시 3자 간 ‘협의 의무’라는 문구를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협의 대상을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으로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북핵 공조가 주를 이뤘던 한·미·일 안보협력의 무게 중심이 중국 등 역내 도전으로 옮겨갈 수 있다. 대만해협, 남중국해를 비롯해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넓은 인도·태평양 지역 어느 곳에서 분쟁·위기 상황이 생길 경우 미국은 한·미·일 협의틀 내에서 공동 대응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공동성명에는 한·미·일이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해 정상회의와 외교장관 회의, 국방장관 회의, 안보 분야 고위급 회의 등 4단계의 3국 협의체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한다는 약속이 명기됐다. 앞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이를 두고 “3국의 어느 나라 지도자도 쉽게 이탈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라고 말했다. 정권이 교체되거나 한·일이 과거사 문제 등으로 다시 갈등하더라도 군사 협력을 비롯한 삼각 협력이 후퇴할 수 없도록 못을 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내년 11월 미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동맹 관계가 다시금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한·미·일 협력 제도화를 추동했다는 것이다. 고토 시호코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대행은 NYT에 “새 미국 대통령이 (동맹) 관여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3자 관계가 제도화되면 실무 차원의 관계는 지속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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