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에 공정위 조사···검찰, ‘노동권’ 언급없이 “화물연대는 사업자단체”
검찰이 지난해 말 파업 때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화물연대는 사업자단체’라고 명시했다. 검찰은 주요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공정위 주장을 대체로 받아들였다. 향후 법정에선 보호망 바깥에 있다는 이유로 특수고용노동자를 사업자로 단정해 형사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지난 9일 화물연대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이 공동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결합체 또는 그 연합체인 사업자단체”라고 적시했다. 화물기사들 상당수가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본인 소유 차량을 이용해 영업하는 형식만을 따져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규정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처벌하려면 화물연대가 사업자단체여야 한다.
검찰은 또 공소장에 ‘공정위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가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를 위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화물연대가 이를 방해해선 안 된다고 기재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조사목적, 기간, 대상, 방법 등을 화물연대 측에 직접 설명하고 공문도 보냈으나 화물연대가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로 조사를 방해한 게 위법하다고 적었다.
이 같은 검찰의 판단은 “화물기사들은 회사에 대한 종속성이 강해 실질적으로는 노동자”라는 노동계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모든 형태의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국내에서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이 확대되는 추세이지만 검찰은 공소장에서 화물연대의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불필요했다거나 현장조사 전에 자료제출명령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공정위 안팎에서 제기됐지만, 검찰은 ‘문제없다’는 공정위 주장을 그대로 따랐다.
검찰은 울산항운노조를 사업자로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제재를 할 수 있다고 한 지난달 대법원 판례를 화물연대 기소의 근거로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판례와 화물연대 건은 맥락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판례에서 대법원은 “적어도 노동조합이 직업안정법에 따라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아 이를 영위하는 범위 내에서는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인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즉 특정한 사업을 수행하는 주체로서의 노동조합을 제한적으로 사업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지, 노동3권의 주체인 노동조합에 일반적으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위도 사업자단체는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결사체라는 입장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노동자성이 강한 이들을 사업주로 단정하고 집단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하는 것은 상당한 법적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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