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대첩 축제에 日캐릭터 ‘다나카’ 섭외 논란 일자 “재검토”
임진왜란 때 울돌목에서 벌어진 명량해전을 기념하는 행사에 주최 측이 한국어가 서툰 ‘일본인 호스트’ 다나카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개그맨 김경욱씨를 섭외했다가 논란이 일자 20일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명량대첩축제 집행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다나카 섭외에 대해) 찬반 의견이 있었으나 젊은층 사이에 좋은 반응이 있었고 반전 기획을 통해 애국을 표현하자는 취지였으나 논란이 있어 재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명량대첩축제는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이순신 장군의 조선수군과 전라도 어민이 1597년 9월 16일 울돌목에서 일본 수군을 물리친 명량해전을 기념하는 행사다. 2008년부터 전라남도, 해남군, 진도군이 공동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주최 측은 지난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나카 섭외 사실을 알렸다. 내달 8일 열릴 축제 축하쇼에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하겠다며 “다나카상의 스펙타클한 공연으로 초대합니다!” “명량! 축하쇼에서 함께 즐길 준비되어 있으므니까?” 같은 문구를 적었다.
다나카는 김경욱씨가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일본인 콘셉트로 연기하는 캐릭터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를 주제로 한 뮤지컬 ‘영웅’을 두고 “공포 뮤지컬”이라고 하거나, “독도는 누구 땅이냐”라는 질문에 “너네(한국) 땅”이라고 답하는 식으로 캐릭터 성격을 구축해 왔다. 김경욱씨는 다나카가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고 두려워하는 식으로도 연기했다.
이와 관련 주최 측도 “최근 다나카의 캐릭터 활동 속에 뮤지컬 <영웅>과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공포 영화’라고 말하고 이순신 장군을 두려워한다고 표현하며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를 무서워하고, 부캐릭터인 일본인으로서 독도는 한국의 땅이라고 인정하는 모습들을 ‘두려움 + 사과 + 존경의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섭외가 잘못됐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일본인 흉내를 내는 캐릭터를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행사에 데려오는 게 맞느냐” “호스트바를 연기하는 인물인데 행사 취지와 맞지 않는다” “다나카 캐릭터를 섭외한 측이나 이에 응한 김경욱씨 둘 다 문제” 같은 반응이다.
일각에선 주최 측이 다나카를 섭외를 통해 의도한 반일(反日) 콘셉트가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한다. “일본인 콘셉트 잡고 ‘이순신 장군 무섭스므니다~’ 하면서 벌벌 떠는 모습을 연출하려고 한 것 같은데 솔직히 유치하다” “굳이 이렇게 어그로로 기획해서 일본이 봐도 좋을 것 없다”라는 것이다. 섭외 재검토 결정에 “일본과 관련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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