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광물 채굴 둘러싼 美·中 이견에 셈법 복잡한 K배터리

김도현 기자 2023. 8. 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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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핵심 광물 조달 경쟁이 치열하다.

2021년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가 상업용 채굴 계획을 제출하면서 논의가 시작됐지만, 전동화로 인한 핵심 배터리 광물 수요가 급증한 것이 참가국의 고심을 키우게 했단 분석이다.

삼성SDI는 2021년 3월 글로벌 배터리기업 최초로 심해 광물 채굴 방지 이니셔티브에 가입했다.

자칫 심해 광물 채굴 시장이 열리게 될 경우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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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광물 채굴 모습 /사진=ISA 홈페이지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핵심 광물 조달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심해의 자원을 활용 여부를 놓고 전동화 중심 국가·기업들이 이견을 보인다. 심해가 효율적인 광물 조달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중국에 맞서 유럽 주요국은 중장기적으로 해양생태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미국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여서 주요국을 상대해야 하는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상업용 심해 채굴 허용 문제를 놓고 국제해저기구(ISA) 총회가 지난달 개최됐다. 10일부터 28일까지 3주 가까이 회의를 거듭했음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폐막했다. ISA는 UN 산하 기구로 인류의 공동 재산인 심해저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1994년 설립됐다. 해저광물의 개발·탐사를 감독한다. 2021년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가 상업용 채굴 계획을 제출하면서 논의가 시작됐지만, 전동화로 인한 핵심 배터리 광물 수요가 급증한 것이 참가국의 고심을 키우게 했단 분석이다.

상업용 채굴을 강력하게 찬성하는 쪽은 중국이다. 중국은 전기차·배터리 산업 육성과 동시에 동남아·아프리카 등지의 주요 광산을 사들이며 전동화에 대비했다. 그런데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수요에 광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를 반복하면서 보다 안정적인 조달처 확보를 위해 심해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중국이 주력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경우 폐배터리 재활용 회수율이 저조하다는 점도 중국과 중국기업이 해저탐사를 희망하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와 유럽 주요국은 이와 정반대 입장이다. 유럽 완성차 산업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독일·프랑스가 중심에서 심해를 보전하자는 쪽이다.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는 전동화의 목적이 환경을 보전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환경보전 명분보다 중국에 심해 채굴권을 내줄 경우 전동화 패권을 완전히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미국은 ISA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럽을 지지하며 우회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심해 채굴권을 놓고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보이면서 기업들도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주요 배터리기업 중 명확하게 스탠스를 취한 곳은 삼성SDI와 노스볼트 정도가 전부다. 삼성SDI는 2021년 3월 글로벌 배터리기업 최초로 심해 광물 채굴 방지 이니셔티브에 가입했다. 노스볼트는 이번 ISA 총회 직후 심해 광물 채굴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CATL·BYD 등은 자국 정부와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SK온·파나소닉 등은 별다른 입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선제적으로 입장을 낸 기업은 ESG경영 등에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 유럽의 핵심 고객사와 특정 이슈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유대감을 강화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됐다.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각국 정부와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봐야 해서 쉽사리 찬성·반대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칫 심해 광물 채굴 시장이 열리게 될 경우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심해는 니켈·망간 등이 다량 매장됐을 뿐 아니라 지상보다 경제적인 채굴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경제적 측면만 고려했을 땐 채굴해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 정부도 채굴에 찬성 입장인 것으로 파악되고, 유럽을 지지하는 미국이 해저광물 시장이 열렸을 때 이를 규제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여러 상황과 가능성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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