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AI와 英·獨·日 다국어 공동개발 … 韓돌파구는 '멀티엔진'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8. 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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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특화만으로는 한계
해외AI 연동해 확장성 높여
SKT, 글로벌 통신사들과
공동 개발 연합체 만들기로
LG는 MS, 카카오는 메타…
외부모델 도입 적극 검토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이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과 초거대 인공지능(AI) 구축을 위한 전략적 동맹을 체결하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독자 개발하는 데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미국 빅테크에 비해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은 전략적 동맹을 통한 '멀티엔진(Multi-Engine)'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자체 LLM이 있어도 협력을 통해 다양한 AI 모델을 확보해 기업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국내 기업이 장점을 갖고 있는 한국어 특화 모델만으로는 확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멀티엔진 전략 측면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회사는 SK텔레콤이다. 초거대 AI '에이닷(A.)'을 개발한 SK텔레콤은 지난달 해외 대표 이동통신사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맺었다. SK텔레콤 깃발 아래 도이치텔레콤, 싱텔, 이앤(e&) 등 총 12억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보유한 통신사를 묶어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또 SK텔레콤은 지난 13일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AI 혁신 기업 앤스로픽에 1억달러를 투자하며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앤스로픽은 오픈AI 출신 연구원들이 2021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 등과 함께 대표적인 생성형 AI 전문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SK텔레콤은 앤스로픽과 협업해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 독일어, 일본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을 포함한 다국어 LLM을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이 보유한 한국어 AI 기술과 앤스로픽의 글로벌 AI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통신사와 더불어 AI 생태계를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LG그룹도 일찌감치 LG AI연구원을 통해 파라미터 3000억개를 보유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개발했다. LG그룹 내 IT 계열인 LG CNS는 엑사원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MS와 손을 잡았다. MS 클라우드인 애저에 있는 챗GPT를 기반으로 고객 서비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LG CNS는 LG 계열 투자사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앤스로픽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멀티엔진 모델을 토대로 고객 상담용 챗봇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고, 개인별로 특화된 마케팅 글과 이미지 생성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카카오 역시 초거대 AI '코(Ko)GPT 2.0'을 자체 개발한 데 이어 메타 '라마(LLaMA)2'와 같은 외부 모델을 적극 도입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카카오 주요 서비스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AI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자사 모델만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IBM 기업가치연구소(IBV)가 올해 4~5월 미국 주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200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누가 가장 발전된 생성형 AI를 보유하는지에 따라 경쟁 우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복수응답 기준으로 50%는 '이미 생성형 AI를 제품과 서비스에 통합하고 있다'고 했으며 43%는 '전략적 의사 결정', 36%는 '운영상 의사 결정'에 각각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김현정 한국IBM 컨설팅 대표는 "기업 고객은 생성형 AI를 무조건적으로 도입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성능뿐만 아니라 모델 자체에 대한 신뢰성, 정확도, 운영 비용, 보안 관리 등을 함께 고민하고 있어 AI 개발사의 국적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기업이 각자 상황에 가장 적합한 AI 모델을 찾고 있는 만큼 멀티엔진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국내만 봐도 이미 한국에 기반을 둔 기업이지만 사실상 글로벌 기업인 곳이 많고, 해외 사업을 연계한 곳이 대부분이다 보니 무조건 자국 LLM만 써야 한다는 분위기는 없다"며 "가령 한국어 특화 모델이라는 게 강점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순 없다"고 전했다.

멀티엔진 전략

AI 기업이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고자 자사의 AI 모델뿐 아니라 타사의 모델까지 활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고민서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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