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전경련 '회장단' 빠지고 일반 회원사 참여 무게
[파이낸셜뉴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 복귀를 조건부 허용하면서 21일 열리는 삼성전자 등 5개 관계사 이사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의 독립감시기구인 준감위가 재가입의 길을 열어준 만큼 5개사들이 전경련 복귀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삼성 등 4대 그룹이 전경련 활동의 실질적인 핵심인 회장단 재가입은 당장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일반 회원사로 단순 참여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이 윤리경영위원회 출범 등 정경유착을 확실히 차단할 고강도 혁신 움직임을 보여주느냐에 4대 그룹의 회장단 재가입 시기가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감위가 지난 18일 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조건부'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관계사들인 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의 관련 이사회가 21일 열린다.
삼성 5개 관계사들은 이날 이사회에서 준감위의 조건부 권고안을 검토해서 22일 임시총회를 여는 전경련에 재가입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삼성 관계사들이 사실상 준감위가 전경련 복귀를 반대하지 않은 만큼 재가입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K·현대차·LG는 전경련 복귀를 위한 이사회 의결 의무가 없어 삼성의 결정을 지켜본 뒤 회원 자격 자동 승계를 동의하는 방식으로 재합류 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4대 그룹이 22일 재가입을 공식화하더라도 '회장단 복귀'까지 결정해야 진정한 의미의 전경련 복귀라고 할 수 있다. 전경련 회장사였던 4대 그룹은 탈퇴 직전인 2016년 말 기준 전경련의 회비 수익 408억원 중 70%가량을 부담했다. 삼성이 100억원, 다른 그룹들이 50억원 수준의 회비를 납부했다.
하지만 4대 그룹이 복귀하더라도 회비부담이 크고, 전경련 최종 의결기구라 할 수 있는 회장단에 당장 들어가진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이 아직 정경유착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전경련의 핵심인 회장단 복귀를 무리하게 서두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4대 그룹이 복귀하더라도 일반 회원사로 당분간 활동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결국, 4대 그룹의 '완전한 복귀'는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는 의지와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이 지난 18일 "전경련의 혁신안으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 재가입과 위상회복은 결국 전경련이 앞서 약속한 쇄신안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행동하느냐에 달려있다"라며 "결국 '류진 체제'의 전경련이 얼마나 단호하게 정치권과 '헤어질 결심'을 하느냐는 문제"라고 내다봤다.
전경련은 지난 5월 내부통제 시스템 구비를 위해 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경유착 차단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가장 대표적 혁신은 '윤리경영위원회' 구성이다. 회원사에 유무형 외압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과 기금 출연 등은 반드시 윤리경영위 심의를 통과해야만 집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권한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정경유착 카르텔 부활이라는 날선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역할 설정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상공업 육성(대한상공회의소), 노사관계 정립(한국경영자총협회)처럼 뚜렷한 목적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한경협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글로벌 통상문제같은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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