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때 '아버지' 얘기로 통한 한미 정상... 윤 대통령 "바이든 따뜻한 사람"

정준기 2023. 8. 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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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 정상이 역대 가장 오랜 시간을 한 장소에서 보낸 사례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산책 도중 한미일 정상회의 직전 부친상을 당한 윤 대통령에게 위로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귀국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미일 정상회의 뒷얘기를 전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따뜻한 사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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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한일정상 어깨에 손 올리며 친근함 표해
윤석열(왼쪽부터)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 정상이 역대 가장 오랜 시간을 한 장소에서 보낸 사례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노타이' 차림으로 7시간 이상 격의 없는 친교 시간을 가졌고,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부친상을 치른 윤 대통령에게 서로의 아버지 얘기를 꺼내며 친밀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 당일인 19일 오전 9시 20분 미 해병대 헬기인 SH-3를 타고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했다. 헬기에서 내린 윤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내 주요 이동수단인 골프 카트에 탑승했다. 카트를 운전한 한국계 미군 해병 대위는 한국어로 "영광입니다"라는 인사말을 연습해 윤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첫 일정은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본격 회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산책을 하며 별도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미 대통령이 머물렀던 아스펜 별장 곳곳을 윤 대통령에게 소개하고 전망대 격인 테라스에서 담소를 나눴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해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산책 도중 한미일 정상회의 직전 부친상을 당한 윤 대통령에게 위로를 전했다. "자상하면서도 엄하신 아버지, 그리고 자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 아버지를 뒀다는 점에서 우리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며 대화 주제로 '아버지'를 꺼내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귀국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미일 정상회의 뒷얘기를 전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따뜻한 사람"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산책 당시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선 "(그럴 때)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정치 이야기를 안 하고 본인과 가족, 손주, 스태프 이야기를 한다"며 "캠프 데이비드 장소에 대해 설명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며 "본인 아버지와 내 아버지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오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3국 정상은 이후 로지 로렐(Lodge Laurel) 앞 '캠프 데이비드'가 적힌 푯말 앞에서 만났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함께 오솔길을 통해 입장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로지 로렐에서 나와 두 사람을 맞았다. 노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3국 정상은 서로 악수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친근감을 드러냈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엔 3국 정상은 오찬을 함께했다. 메뉴로는 복숭아를 얹은 샐러드와 스쿼시 라비올리, 초콜릿 크런치 바 디저트가 제공됐다. 복숭아는 캠프 데이비드가 위치한 카톡틴산에서 자란 것을 사용했다.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으로 향할 때까지 윤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7시간 이상을 머물렀다. 김 수석은 "미국 국빈 방문과 캠프 데이비드 초대가 성사된 해외 정상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휴가 시 숙소로 쓰이는 에스펜 별장 내부를 안내받은 정상도 윤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워싱턴=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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